영국, 이란 공습에 기지 불허…전쟁 확산 뒤 허용
초기엔 국제법 우려로 거부, 트럼프 “너무 늦었다” 공개 비판
영국이 미국의 이란 공습과 관련해 자국 군기지 사용을 처음에는 허용하지 않았다가,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자 입장을 바꾸면서 미영 간 긴장이 불거졌다. 국제법 준수를 앞세운 신중론과 동맹 공조 사이에서 영국 정부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다.
파이낸셜타임스(FT) 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영국은 당초 미국이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와 글로스터셔의 공군기지 RAF 페어퍼드를 이용해 테헤란을 겨냥한 초기 공습을 감행하는 것을 허용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해당 조치가 국제법에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영국은 미국과 공동 사용 중인 군사시설이라 하더라도, 자국 영토에서 출격하는 작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란의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이 이어지고, 역내 긴장이 고조되면서 영국 정부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두 기지를 이란의 미사일 저장고와 발사대를 제거하기 위한 “특정하고 제한적인 방어 목적”에 한해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국제법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하원에서 “이 정부는 하늘에서 정권 교체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며, 공중 폭격을 통해 상대국 정권을 무너뜨리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영국군은 “법적 근거가 있고 실행 가능한 계획이 있을 때만” 군사행동에 참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라크의 실수를 모두 기억하며, 그 교훈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영국이 2003년 이라크 전쟁에 참여한 이후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 남아 있는 부담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영국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방어적 성격에 한정된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공개한 법률 자문 요약문에는 이번 조치가 영국의 자위권과 역내 동맹국의 집단적 자위권을 지원하는 차원이라는 점이 명시됐다. “이번 조치는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광범위한 분쟁에 영국이 더 깊이 개입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국의 초기 불참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그는 스타머 총리가 미군의 영국 기지 사용을 허용하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지적하며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입장 변화에 대해 “유용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처음부터 허용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내에서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야당 인사들은 이번 결정이 또 다른 중동 분쟁에 영국이 발을 들여놓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보수당 일각과 개혁당은 오히려 더 강경한 태도를 주문하며 미국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영국 정부는 국제법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동맹국의 요청과 자국민 보호라는 현실적 필요를 고려해 제한적 허용이라는 절충안을 택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미영 간 공개적 이견이 드러나며 전통적 동맹 관계에도 미묘한 긴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