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 주주환원 새로운 기준 열린다

2026-03-04 13:00:05 게재

현대백화점·LG전자 등 정관 개정 가속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자사주 소각을 제도화하면서, 이번 3월 정기 주주총회는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는 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을지 시험하는 첫 번째 무대가 될 전망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자사주 매입은 시장을 달래기 위한 단기 처방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3차 상법 개정에 따라 신규 취득 자사주는 1년 내 의무 소각이 원칙이 됐으며, 기존 보유분 역시 유예 기간 내에 처리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이번 3월 주총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지점은 ‘구체적인 소각 로드맵’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보다, 이를 어떤 일정으로 소각해 주당순이익을 실질적으로 높일 것인지가 기업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보유 자사주 전량 소각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단순한 주가 부양을 넘어 주당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며 공시 직후 주가가 두 자릿수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자동차도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하며 밸류업 지수의 대장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금융지주사(KB·신한 등)는 분기별 균등 소각 로드맵을 확정하며 주주들에게 예측 가능한 환원 정책을 제시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장기 자금 유입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기업들의 구체적인 행동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금융당국이 추진해온 ‘배당 절차 개선’의 본격 도입이다. 기존의 ‘선 주주확정, 후 배당액 결정’ 방식은 투자자가 배당금을 얼마 받을지 모른 채 투자해야 하는 ‘깜깜이 투자’를 유발해왔다.

이에 대응해 기업들은 정관 변경을 통해 ‘선 배당액 확정, 후 주주 확정’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10개 계열사가 일제히 배당기준일을 이사회 결의로 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 배당액 확정 후 4월에 주주를 확정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LG전자는 3개년 신규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반기 배당 전환과 최소 배당금(1000원) 설정을 공식화하며 투자자의 예측 가능성을 극대화했다.

대신증권 정해창 연구원은 “이제 시장은 법적 강제성을 넘어 기업들이 주총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변화’를 약속하고 이행하는가를 지켜볼 것”이라며 “성장을 위한 투자와 주주환원의 균형을 맞춘 기업들이 향후 주가 상승의 진정한 동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주총에서는 주주들의 목소리도 한층 부드럽지만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3월 주총은 단순한 연례행사를 넘어,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표준에 맞춰 주주와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십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내놓을 소각 로드맵의 구체성이 곧 그 기업의 미래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투명한 지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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