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리스크에도 실적 믿고 분할 매수할 때"

2026-03-05 13:00:13 게재

전쟁 장기화시 코스피 30% 하락할 수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대 이란 군사 작전 이후 국내 증시가 연 이틀 폭락했지만 증권가는 과거 수십 년간 축적된 통계적 증거를 근거로 이번 사태가 시장의 장기 상승 흐름을 꺾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전쟁이 장기화 될 시 코스피 지수가 30%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따라서 한꺼번에 자금을 투입하기보다는 분할 매수로 접근해 평단가를 관리하는 전략이 현시점에서 가장 유효하다고 제언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1980년 이후 발생한 16차례의 주요 지정학적 위기를 분석한 결과, 미국의 S&P500 지수는 평균적으로 사건 발생 1주일 후 0.3% 하락하며 단기 충격을 받았지만 1개월 후 0.8%, 3개월 후 3.1%, 6개월 후 5.5% 등 반등폭을 키워나갔고, 1년 후 평균 수익률은 10.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문 연구원은 “올해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이나 그린란드 확보 시도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 ‘돈로 독트린’이 실행되고 있지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단발성에 그쳤다”며 “과거 16번의 지정학 위기 사례가 증명하듯 이번 공습 역시 증시의 상승 추세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도 과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가자 전쟁 사례를 들어 “전쟁 자체가 장기 하락의 출발점이 된 경우는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진짜 리스크는 전쟁 그 자체가 아니라, 이로 인해 촉발될 ‘물가 경로의 변화’와 ‘유동성 공급의 둔화’에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시장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유가 변동성이다. 2025년 상반기의 낮은 유가 기저를 고려할 때, 현재의 유가 수준만 유지돼도 전년 대비(YoY) 플러스 전환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면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는 2025년 대비 올해의 실질 유동성 공급 모멘텀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유동성 공급 속도가 줄어들면 미래 성장 기대감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멀티플 확장’은 한계에 부딪힌다. 강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미 “미래에 돈을 벌 기업”에서 “지금 당장 돈을 벌고 있는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프트웨어 기업보다 실체가 있는 하드웨어 기업이, 대형 기술주보다는 월마트나 맥도날드 같은 실적 가시성이 높은 기업들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이유다.

한국 증시는 AI 패권 경쟁 속에서 실질적인 수익을 기록 중인 반도체와 전력 산업 비중이 높다. 이는 글로벌 유동성 위축 국면에서도 한국 시장의 우상향을 지지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강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의 우상향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란 전쟁의 향방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최악의 경우 코스피 지수가 30%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대신증권은 전쟁이 6개월 또는 1년 이상 중장기로 접어들 경우 유가뿐 아니라 곡물 가격 상승 압력 확대로 코스피가 하락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1년 이상 장기 시나리오에서 전망되는 코스피 조정폭은 30% 이상이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예상과는 다르게 전쟁이 장기화되고 유가가 급등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자극될 경우 증시 낙폭은 확대될 수 있다”며 “증시 낙폭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더욱 높은 가중치를 주지만 전쟁 양상에 따른 불확실성이 아직 잔존하기 때문에 수혜 산업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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