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이후 연료비 급등…이란 사태로 악몽 재연 우려

2026-03-05 13:00:06 게재

SMP 급등에도 판매단가 상승 제한 … 한전 ‘200조 부채 늪’ 빠져

미국의 이란 공습후 두바이유 86달러 돌파, 수급불안 우려도 제기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장기전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에너지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벌어졌던 연료비 급등과 수급불안이 재연되지 않을까 시름도 커졌다. 당시엔 세계 각국의 전력요금 구조가 크게 흔들렸다.

◆무력 전쟁이 부른 에너지대란 = 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공습 이전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기준)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1.24달러였다. 하지만 공습 이후 3월 2일 80.79달러, 4일 86.34달러로 급등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같은기간 72.48달러에서 77.74달러, 81.40달러로 뛰었다. 브렌트유 4일 가격은 전날과 같아 숨 고르기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상황은 4년전인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전후에 일어났던 글로벌 에너지 지형을 되돌아보게 한다.

글로벌 에너지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국내 전력시장 가격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발전 연료인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는 전쟁 이후 상승세를 보였지만 상승 경로에서는 차이를 나타냈다. 연료비 상승은 전력도매가격(SMP)을 크게 끌어올렸지만, 전력 판매단가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으로 상승하면서 전력요금 구조의 불균형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연탄·LNG ‘동반 폭등’… 계절적 수요 따라 추세는 달라 = 당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에너지 공급 불안이 확대되면서 발전 연료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압력을 받았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유연탄은 전쟁 직후 공급 충격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러시아는 주요 석탄 수출국 중 하나로, 전쟁 이후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발전용 유연탄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연료비 단가를 살펴보면 유연탄(kWh당)은 2022년 1월 79.3원에서 2월 87.0,원 4월 98.4원 6월 101.9원, 8월 130.5원으로 급등했다. 4분기에도 120원대를 유지했다.

반면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2022년 1월 158.1원에서 2월 203.3원으로 급등했다가 3·5·6월엔 150원 아래를 밑돌았다. 이후 8월 213.9원, 9월 249.3원, 10월 267.3원, 11월 270.4원으로 수직상승했다.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LNG가격도 전쟁 이후 상승요인이 있었지만 5~6월은 전력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시기”라며 “냉난방 수요가 감소하는 봄철 전력 비수기엔 LNG발전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가격상승 폭도 제한된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겨울철로 가까워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난방수요와 함께 LNG발전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상승 압력이 커졌고, 여기에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가스공급 불안이 겹치면서 LNG 연료비 상승 폭이 확대됐다.

◆SMP는 뛰는데 요금은 제자리 였던 과거 = 연료비 상승은 전력 도매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계통한계가격(SMP)은 2021년 평균 93.34원(kWh)에서 2022년 196.65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2022년 월별 상승추이는 LNG연료비 추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SMP는 전력시장에서 마지막으로 투입되는 발전기의 한계 발전비용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LNG발전 가동여부에 따라 가격편차가 크다. 전력수요가 많을수록 연료비 비싼 발전기가 투입(재생에너지 예외)되는데, 일반적으로 발전단가는 원자력→석탄→LNG순이다. 즉 전력수요가 작은 봄·가을철에는 LNG발전 가동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SMP가격도 낮아지는 형태다.

이러한 구조 가운데에도 한국은 러-우 전쟁이후 폭등한 연료비 가격만큼 전기요금(한전의 판매단가)을 인상하지 않다보니 한전의 적자폭이 급증했다.

한국전력의 평균 판매단가는 2021년 108.11원/kWh에서 2022년 120.51원/kWh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2022년 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SMP·연료비보다 한전의 판매단가가 싼 적자구조가 지속됐다. 2022년 기준 SMP와 판매단가 차이는 평균 76.14원/kWh였다.

◆연료비-전기요금 괴리 조정이 관건 = 결국 한전의 부채는 200조원 이상으로 불어났고,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발전 연료비 상승이 전력 도매가격에는 빠르게 반영된 반면 소비자 전기요금은 제한되면서 나타난 구조적 차이로 분석된다.

반면 영국은 연료비 급등에 따라 주택용 전기요금을 2021년 305달러(MWh당)에서 2022년 453달러로, 이탈리아는 같은기간 299달러에서 404달러로 인상한 바 있다. 이어 2023년 연료비가 하락하자 전기요금도 내렸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결국 러-우 전쟁 이후 나타난 연료비 상승은 전력시장 가격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며 “미국-이란 전쟁 향방에 따라 재연될 소지가 다분하다. 향후 연료가격 변동과 전기요금 체계 간의 괴리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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