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건 불기소결정서가 세종류?
검찰 “내용 다를 수 있어” … “위변조 의심·항고권 침해”
문서번호·바코드 없는 문서도 있어 … “발급 경위 밝혀야”
A씨는 골프장 사업과 관련해 지난 2020년 B씨 등을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검찰은 2년 넘게 수사한 끝에 2023년 2월 16일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A씨는 다음날 항고를 위해 서울중앙지검 민원실에서 16쪽 짜리 불기소결정서(불기소결정서1)를 발급받았다. 결정서에는 검찰 로고와 함께 페이지마다 문서번호와 쪽수, 음성변환용 바코드, 위변조 방지 바코드 등 공식문서임을 확인해주는 표식이 찍혀 있었다.
비슷한 시기 B씨 등은 관련 민사소송에서 불기소결정서(불기소결정서2)를 증거서류로 제출했다. 이 문서에는 검찰 로고만 찍혀있을 뿐 문서번호와 바코드 등이 없었고, 분량도 19쪽에 달했다. A씨의 결정서에는 없는 3쪽 분량의 관련자 진술 등 증거관계가 추가돼 있었다.
A씨가 ‘출처불명’이라며 증거효력을 다투자 민사재판부는 다시 문서제출을 명령했고, B씨는 19쪽 분량의 불기소결정서(불기소결정서3)를 다시 제출했다. 내용은 동일했지만 이번에는 바코드 등의 표식이 찍혀 있었다.
같은 사건의 불기소결정서가 이처럼 16쪽 문서→표식 없는 19쪽 문서→19쪽 문서 등 다른 형태로 발급되면서 의구심을 낳고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검찰이 임의로 서로 다른 불기소결정서를 발급할 수 있는지 여부와 바코드 등의 표식이 없는 문서의 출처다.
◆“신청인에 따라 달라” vs “처음 듣는 얘기” = 관련 규정에 따르면 사건 당사자는 불기소 결정이 날 경우 검찰 민원실에 ‘불기소이유고지 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러면 검찰은 ‘불기소이유 통지서’를 발급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데 통상 ‘불기소결정서’를 첨부한다.
불기소결정서는 검사가 내부 결재를 받고 검찰 내부 시스템에 등록한 공식 문서다. 불기소결정서 원문이 발급되면 위변조 방지 바코드 등이 찍힌다.
다만 불기소이유고지 청구시 검찰은 불기소 이유를 서면으로 설명할 의무가 있을 뿐 불기소결정서 원문을 사본해 제공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청에서는 통상 전산시스템에 등록돼 있는 불기소결정서 파일에서 보존사무규칙상 제한되는 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추출해 고소·고발인에게 제공한다”며 “그 과정에서 일부 내용을 삭제나 비닉처리하는 등의 방식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보존사무규칙’ 제22조(수사서류 등의 열람·등사의 제한)는 ‘검사는 수사서류 또는 불기소사건기록 등의 열람·등사의 신청에 대해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사건 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10가지 사유를 명시하고 있다. 이같은 규정에 따라 고소인과 피고소인에게 제한되는 정보의 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소인에게만 3쪽 분량의 증거관계 내용이 삭제된 채 불기소결정서가 발급된 것에 대해 법조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사 생활 30년을 했지만 고소인용과 피고소인용 불기소결정서가 따로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차장검사 출신 다른 변호사도 “일부 실명을 가리는 정도가 아니라 관련자 진술이 통째로 빠진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제한할 부분을 검게 마스킹하지 않고 문서에서 아예 삭제했다는 점에서 위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하는 변호사도 있었다.
검찰이 임의로 주요 내용을 고소인에 제공하지 않았다면 ‘항고권 침해’라는 주장도 있다. A씨는 “불기소결정서를 토대로 항고했는데 결정서에 증거관계라는 내용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항고한 꼴이 됐다”고 말했다.
◆표식 없는 문서 출처 논란 = 불기소이유통지서에 첨부된 불기소결정서가 원본일 필요는 없다고 해도 유독 B씨 등이 민사재판에 제출한 결정서에만 문서번호와 바코드 등이 없는 것도 의심을 키운다.
A씨는 “공식문서는 문서번호, 바코드 등이 없이 발급될 수 없다”며 “표식 없는 출처불명의 19쪽 문서가 문제가 되자 16쪽 문서를 19쪽 문서로 대체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사 개인 컴퓨터에서 유출됐거나 아예 외부에서 작성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B씨측 변호를 맡았던 C 변호사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라며 “바코드 등 표식이 없는 불기소결정서는 다수 존재하고 이를 민사재판에서 제시했다”고 반박했다. 실제 B씨 등이 제출한 민사재판 준비서면에는 바코드 등이 없는 다른 사건의 불기소결정서 이미지가 첨부됐다.
이에 대해 A씨는 “일부 스캔 이미지만 보여주고 전체 문서가 제출되지 않아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정작 논란이 된 이 사건 불기소결정서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불기소이유통지서에 첨부된 불기소결정서에는 위변조 방지 표식 등이 별도로 표시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일신문이 입수한 다른 사건의 불기소결정서들은 모두 문서변호와 위변조 방지 표식 등이 쪽마다 표시돼 있었다.
사건을 수사하고 불기소 처분을 내린 해당 검사(현재 지방검찰청 근무)는 다른 뉘앙스로 답변했다. 그는 소속 직원을 통해 “당시 열람·등사 담당과에서 일부 내용이 누락돼 나갔던 것 같다”며 “당시에도 문제제기가 있어 경위를 파악해 보고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특별히 고소인에게 공개해서는 안되는 내용이 있어서 제한했던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내일신문은 대검을 통해 해당문서의 구체적인 발급경위를 문의했으나 대검은 “개별 문서의 발급 여부나 경위는 수사나 감찰을 통해서나 파악할 수 있다”고 답했다.
구본홍·차염진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