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스시장 패권 ‘미국’으로 빠르게 이동 중

2026-03-06 13:00:03 게재

미, LNG 수출 급증 … 2025년 4천만톤 계약

러-우 전쟁 이어 이란사태로 중동 리스크 심화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프로젝트와 관련한 장기공급 계약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가스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물량 확보에 나서자 LNG 시장의 중심축이 미국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공급망 대전환의 서막 … 러시아 PNG 위축 = 6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5년 미국 LNG 개발업체들이 체결한 LNG 판매·구매 계약(SPA)은 연간 4000만톤에 이른다. 이는 하루 약 52억입방피트(Bcf)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2022년 이후 가장 큰 계약 규모다.

입방피트는 기체의 부피를 나타내는 단위로 ‘가로 1피트(ft=약 30.48cm)×세로 1피트×높이 1피트’ 크기의 공간부피를 의미한다. 따라서 1입방피트는 약 0.0283㎥다.

이러한 미국 LNG 계약 증가의 가장 큰 배경은 글로벌 가스공급 구조의 변화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이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PNG)를 대체할 공급원을 찾으면서 LNG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미국 LNG는 공급 안정성과 유연한 계약구조를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장기계약은 통상 15~20년 기간으로 체결되며, 수출 터미널 건설을 위한 투자 결정(FID)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조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텍사스와 루이지애나를 중심으로 LNG 수출 프로젝트가 활기를 띠고 있으며, 계약증가가 향후 수출 확대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국가들 공급선 다변화 추진 = 미국은 셰일가스 혁명 이후 LNG 수출이 급증하며 현재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LNG 계약 확대는 향후 글로벌 가스 공급의 상당 부분이 미국에서 나오게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 미국의 계약현황을 보면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공급선 다변화를 위해 미국 LNG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계약 물량이 늘어날수록 향후 현물시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LNG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겨울철 난방수요가 급증할 경우 아시아 LNG 시장은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 미국물량 더 늘어날 수도 = 이러한 변화는 한국 에너지 시장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 천연가스를 LNG 형태로 수입하고 있으며, 발전용 연료와 도시가스 공급에서 LNG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전력생산에서도 LNG 발전 비중이 커 계절별 전력수요와 계통한계가격(SMP)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LNG 수입구조는 전통적으로 카타르 오만 등 중동 국가와 호주 말레이시아 중심의 장기계약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미국산 LNG 도입도 늘어나고 있다.

2025년 우리나라가 도입한 LNG 비중(장기계약 기준)은 호주가 31.4%로 가장 많고, 말레이시아 16.1%, 카타르 14.9%, 미국 9.4% 순이었다.

하지만 한국가스공사가 2028년부터 10년 동안 매년 미국산 LNG 330만톤을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미국정부가 한국에 루이지애나 LNG 터미널 투자를 요구하고 있어 향후 미국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정유시설이 집중된 멕시코(아메리카)만에 대규모 LNG 인프라를 구축해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려는 대규모 투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안보’ 중심 체질 개선 필요 =미국 LNG는 기존 중동 중심 공급구조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미국 LNG는 최근 이란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할 때 공급선 다변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나타난 공급망 재편과 최근 이란 사태를 보면 에너지 문제는 단순한 가격변동의 문제가 아님이 입증됐다”며 “에너지 안보 중심의 구조 변화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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