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유가 대응 시험대 올랐다

2026-03-09 13:00:00 게재

SPR·군사호위·증산 검토하지만 한계 … 인플레이션·금리·성장 동시에 압박

7일과 8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사용자 촬영 영상에서 캡처한 장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석유 저장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백악관의 에너지 대응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전략비축유 방출과 군사 호위 등 여러 정책이 검토되고 있지만 단기간에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유가 상승을 완화하기 위해 전략비축유(SPR) 방출, 유조선 군사 호위, 러시아·베네수엘라 원유 공급 확대 등 다양한 대응책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가장 즉각적인 정책 수단은 전략비축유 방출이다. 미국은 과거에도 전쟁이나 공급 충격이 발생할 때 비축유를 시장에 공급해 유가 상승을 완화해왔다.

그러나 현재 비축량은 과거보다 크게 줄어든 상태다. 미국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유가 안정을 위해 대규모 방출을 단행하면서 비축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 이 때문에 추가 방출을 단행할 경우 향후 에너지 위기 대응 능력이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군사적 대응도 논의되고 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군사적으로 호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쟁 위험 때문에 항해를 꺼리는 선박들이 다시 운항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방식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팟캐스트는 최근 방송에서 “군함이 유조선을 호위하더라도 해협 전체의 운송을 정상화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곳이 33.8km에 불과하며 실제 선박이 지나는 항로는 각 방향 3.2km 폭에 그친다. 여기에 길이가 300m를 넘는 초대형 유조선들이 줄지어 이동해야 해 군사 호위를 붙이더라도 통과 속도를 크게 늘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보험료 상승과 항해 위험이 남아 있는 한 많은 선박이 운항을 꺼릴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해협 통과 선박이 줄어들면 공급이 조금만 감소해도 유가가 크게 움직일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다.

유가 상승은 세계 경제에도 여러 경로로 충격을 준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물가 상승이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운송비와 생산비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린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이런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동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이 큰 조정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한 주 동안 0.39%p 상승해 4.62%까지 올랐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4.13%로 상승했다.

금리 상승은 결국 경제 성장에도 부담이 된다. 기업은 투자 비용이 올라가고 소비자들은 대출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일본 경제는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정책 선택지가 제한적하다는 점이다. 전략비축유 방출은 단기 대응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군사 호위 역시 공급 정상화를 보장하지 못한다.

결국 시장을 안정시키는 핵심 변수는 중동 전쟁의 향방이다.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와 금리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세계 경제의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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