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총리 “배신감 크지만, 출구는 외교뿐”
중재자도 당한 이란의 공습
유가 109달러…위기 현실화
이란의 직접적인 군사 공격을 받고 있는 걸프 국가 카타르의 총리가 이란에 대한 깊은 배신감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외교적 해법만이 이 위기를 끝낼 유일한 출구라고 강조했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타니 총리는 8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공격이 양국 관계를 떠받쳐온 신뢰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는 이웃 국가를 상대로 한 어떤 전쟁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는데도, 전쟁이 시작된 지 한 시간 만에 다른 걸프 국가들과 함께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카타르는 전통적으로 이란을 포함한 중동 지역 갈등 당사자들이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온 나라다. 그런 카타르조차 이란의 걸프 일제 공격에서 예외가 되지 못했다.
총리는 이란의 해명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항상 이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해왔다”면서도 “그들이 내세우는 정당화 명분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미군 시설만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이란의 주장에 대해 “공격의 25%가 민간 시설을 겨냥하고 있는데, 이것이 전쟁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카타르에는 중동 최대 미군 시설인 알우데이드 기지가 있다.
그러나 총리는 “앞으로도 이란 측과 대화를 계속할 것이며,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겠다”면서 분노를 군사적 보복으로 이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을 향해서도 “우리의 우려와 그들의 우려를 함께 해소할 수 있는 외교적 해법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스카이뉴스는 이 발언이 이란뿐 아니라 미국을 향한 외교적 압박이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사태의 파장은 이미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이란은 카타르·UAE 등 미군 기지가 있는 걸프 국가들의 정유시설과 에너지 핵심 인프라를 미사일·드론으로 타격하고,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압박 카드로 활용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간접 타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카타르·쿠웨이트 등 걸프 산유국들이 잇따라 원유·가스 생산을 중단하면서 브랜트유는 9일 한국 시간 기준 배럴당 109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세계 2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이란의 공격으로 최대 LNG 생산시설이 타격을 입자 불가항력 조항을 발동해 공급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카타르가 LNG 생산을 정상화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재자를 자처했던 나라가 피해 당사자가 된 채 외교를 호소하는 이 장면은, 중동 위기가 얼마나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