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자산에 부정적 영향 미친다 51.4%

2026-03-09 13:00:02 게재

기후정치바람, 1만7865명 대상 인식조사 … 정부 기후대응 평가와 달리 개별 정책 판단은 이념 영향 적어

기후변화의 경제적 위협에 대한 인식이 이념 구분 없이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이다. 기후변화가 본인의 자산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51.4%로 절반을 넘었다. 진보(60.5%)가 높긴 하지만 보수도 49.9%로 절반에 육박했다. 기후위기를 환경보호의 개념을 넘어서 자신의 재산과 연결된 생존 문제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인된 것이다.

기후정치바람은 9일 기후위기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후위기 대응이 환경뿐만 아니라 전영역에 걸친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된 걸로 확인됐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9일 기후정치바람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1만7000명 기후위기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자산 종류로 농·어업·제조업·자영업 등 사업소득(37.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건물·주택 등 부동산(22.5%), 주식·펀드 등 금융자산(14.3%)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이 아닌 생업 소득을 1순위로 꼽은 것은 기후위기를 투자 손실이 아닌 일상 생계 위협으로 실감하는 층이 더 넓다는 신호다. 기후정치바람은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문제를 선거 핵심 의제로 다루기 위해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이 구성한 정책 네트워크다. 이번 조사는 2026년 2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만786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성별·연령·지역별 인구 비례에 맞게 가중치를 적용해 분석했다. 표본오차는 각 시도별 95% 신뢰수준에서 ±2.0~±3.5%p, 17개 시도 합산 기준 ±0.7%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정부 국정 지지도와 긍정 평가가 맞물려 = 이번 조사에서는 정부 기후위기 대응 평가가 정책 자체에 대한 독립적 판단이 아닌 이재명정부 국정 지지도와 함께 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8일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이재명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지역별 전기요금제 등 개별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이를 명시적으로 기후정책이라고 라벨을 붙이지 않는다”며 “정책의 기후적 의미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니 국민이 개별 정책을 기후 맥락으로 인식하기보다 정부 시책 전반으로 받아들이고, 그 평가가 국정 지지도와 함께 움직이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라고 말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투표 후보별 격차는 극명하게 나타났다. 지난 대선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응답자의 77.7%(평균 74.0점)가 정부 기후대응을 긍정 평가한 반면, 김문수 후보 지지자는 15.3%(평균 33.9점)에 불과했다. 2배가 넘는 비율 차이에 점수 격차도 40점에 달한다. 광역단체장 지지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81.4%와 국민의힘 지지자 15.3% 사이에 무려 66%p 차이가 났다. 이번 조사 대상 정당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무소속 △기타 정당 등이다.

이념별로 극명하게 갈리는 정부 평가와 달리 개별 기후정책에 대한 찬반은 이념을 가로질러 상당히 고르게 나타났다. 2040년까지 석탄발전 전면 폐지 계획에 대해 진보는 84.6%가 찬성했다. 보수 진영도 절반이 넘는 68.6%가 찬성했다. 두 진영 간 격차는 16%p 수준이다. 탄소세 도입에 대해서는 진보 76.6%, 보수 61.2%가 찬성해 15%p 차이에 그쳤다. 이는 정부 기후대응 평가의 44%p 격차와 비교하면 현격히 적은 수치다. 결국 기후 의제 자체가 이념 전선을 형성한 게 아니라 정권 지지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문재인정부 때와 달라진 유권자 ‘정치 결단’ 확인 = 광역단체장이 어떤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도 방향이 뚜렷했다. 지지하고 싶은 발전소 유치 공약(1순위)으로 태양광(27.5%)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소형모듈원전(SMR·15.2%)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10.3%) △풍력(6.6%) 등의 순이었다. 재생에너지 계열을 합산하면 원전을 앞서는 구도가 확인된 셈이다.

서 대표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왔으며 이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방향과 궤를 같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정부 때와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문재인정부 유권자 조사를 보면 2단계가 있었다. 국민이 정책 내용을 알아야 판단이 가능한데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알더라도 지지로 곧장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유권자 인식이 정부 정책과 괴리돼 있지 않다. 기후대응이 더 이상 환경 분야만의 의제가 아니라 에너지·산업·복지·생활 전반과 관련한 문제가 됐다는 것이 이번 자료의 특징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는 △재생에너지 드라이브 △노후 원전 수명 연장 △지역별 전기요금 △에너지 고속도로 등 정부가 현재 쟁점으로 던진 의제들에 대한 지지도가 고르게 높았다.

에너지 공급 원칙에서 있어서는 ‘지방의 희생을 전제로 한 수도권 공급’ 방식에 대한 반대가 분명했다. 응답자의 65.7%는 에너지 고속도로의 추진 목표를 ‘각 지역 에너지를 근거리에 공급하는 것(지산지소)’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답해 ‘비수도권 생산 에너지를 수도권에 공급해야 한다’는 응답률(12.3%)을 웃돌았다. 이런 경향은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서울(58.0%) 경기(61.9%) 인천(64.8%) 유권자 역시 지산지소 원칙에 동의했다. 용인 반도체 산단과 관련해서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경기 지역 유권자 46.5%가 답했다.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28.4%다.

◆기후 의제 자체는 이념 경계 넘어 독자적 성장 = 기후정책에 대한 정치적 수용성도 적지 않다. 헌법 개정을 통해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을 국가 책임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에 전체 56.3%가 동의했다.

평소 정치적 견해와 달라도 기후 공약을 앞세운 후보에게 투표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는 응답도 53.5%에 달했다. 정부 기후평가가 정권 신임의 거울이 된 지금이지만, 기후 의제 자체의 사회적 무게는 이념 경계를 넘어 독자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기후정치바람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각 지역별 토론회를 개최하고 기후유권자 운동을 진행한다. 4월에는 지역별 설문결과를 상세 분석해 2차 기자회견을 열고 5월 말에는 후보 공약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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