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 ‘깜깜이 배당’ 사라진다
주주 중시 경영 실천
이번 3월 정기 주총을 기점으로 국내 증시의 고질적 문제였던 ‘얼마 받을지 모르고 투자하는’ 이른바 깜깜이 배당 관행이 본격적으로 사라지기 시작할 전망이다. 투자자가 3월에 결정된 배당 수익률을 확인한 뒤, 4월 이후 설정된 기준일에 맞춰 투자를 결정하는 ‘보고 투자하는’ 문화가 시장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다.
9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정기 주총 일정을 확정한 상장사는 총 593곳이다. 올해 배당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과거 배당금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주식을 사야 했던 관행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의 배당 절차 개선 권고에 따라 주요 상장사들이 정관을 개정하면서, 이제는 ‘선 배당액 확정, 후 배당기준일 설정’ 방식이 대세로 굳어졌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기업이 공시한 1주당 배당금을 미리 확인하고 수익률을 계산한 뒤, 해당 주식의 매입 여부를 전략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올해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이 본격 적용되면서 고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정부는 배당 성향이 높거나 배당금이 크게 증가한 기업에 대해 세액 공제와 같은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기업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배당주 투자의 계절성을 무너뜨리는 이른바 ‘배당 투자의 나비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의 구체적인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10개 계열사가 이번 주총에서 정관을 개정해 4월 이후를 배당기준일로 설정하기로 했다. 투자자들은 3월에 확정된 배당 수익률을 확인하고 4월까지 느긋하게 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미 선제적으로 대응한 코웨이 역시 배당액을 먼저 정하고 이후에 배당기일을 정하는 ‘배당절차 선진화’ 대열에 합류했다. 코웨이는 지난해 말, 관행적인 주주명부 폐쇄일이었던 12월 31일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배당기일 변경 내용을 새롭게 안내하며 제도의 취지를 적극 반영한 바 있다.
LG전자의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은 ‘예측 가능한 배당’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반기별 현금 흐름 창출과 더불어 최소 배당금(1000원)이라는 안전판을 확보함에 따라,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는 밸류업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선도 기업들이 보여준 배당 절차 선진화는 단순한 제도 변화를 넘어 주주 중시 경영의 실천으로 평가된다”며 “기업이 최소 배당금을 보장하거나 배당액을 먼저 확정 짓는 행보는 투자자에게 강력한 신뢰 시그널을 주며, 이는 곧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3월 주총은 한국 증시가 ‘보고 투자하는’ 선진 시장으로 진입하는 역사적인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