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검찰·법원 개혁,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면 안돼”
법원 비판 글 공유하며 “정치화되고 썩은 일부의 문제”
여당 내 검찰개혁 강경파에 두번째 경고장 … “옥석 가려야”
중동 상황 대응 비상회의 주재 … 석유·가스 수급 안정 점검
이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검찰개혁이든, 노동·경제개혁이든, 언론개혁이든, 법원개혁이든 그 무슨 개혁이든 그래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2000자가 넘는 긴 글을 올려 개혁에 대한 자신의 지론을 소상히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사회에 문제가 많다지만 구성원 모두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부패하고 부정의한 조직으로 비난받는 조직도 대개는 미꾸라지 몇 마리가 우물 흐리는 것처럼, 정치화되고 썩은 일부의 문제이지 대다수는 충직하게 공직자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법부와 관련해선 “법원에도 정치적 사적 때문에 정의를 비트는 경우가 있지만 사법정의와 인권보호를 위해 법과 양심에 따라 용기 있게 판결하는 법관들이 훨씬 많다”고 옹호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과거 수사와 재판도 일일이 언급하며 “검찰의 수사·기소권 남용으로 오랫동안 기소와 구속영장 청구가 반복됐지만 양심적 법관들의 정의로운 판결 덕에 지금껏 살아남아 대통령 직무까지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옥석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며 “문제 인사에게 엄정한 책임을 묻되 무관한 다수 구성원들이 의욕을 잃거나 상처 입게 하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무리 어려운 개혁이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되, 그로 인한 상처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민통합과 개혁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과제를 모두 원만하게 이행하기 위해 제 나름대로 고심한 결과임을 이해해달라”며 “더디고 힘들더라도, 시간이 걸리고 조금 마뜩잖더라도 서로 믿고 격려하며 든든하게 함께 가 주시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7일에도 “대통령이나 집권 세력이 됐다고 마음대로 다할 수 없다”는 글을 X에 올린 바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대통령이 두 차례나 국민 통합을 고려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개혁을 모색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는 점에서 여당 내 강경 검찰개혁파들에게 직접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민주당 내에선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위원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재입법예고한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법을 놓고 반발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특히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SNS에 여러 차례 글을 올려 “검찰청법이 공소청법으로 타이틀만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연이은 SNS에 대해 “평소 지론을 밝히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 여권 관계자는 “모든 개혁은 국민의 편익을 높이는 개혁이 되어야 한다는 대통령 지론이 반영됐다고 본다”면서도 “일부 정치인의 지지를 높이는 데 (개혁 논의가) 활용되는 데 대한 문제의식도 있지 않겠냐”고 해석했다.
이 대통령은 7일 글에서 개혁 의제에 대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정치적 입지나 선거에서의 유불리가 국가의 미래나 국민의 편익에 앞설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중동 상황과 관련해 비상경제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최근 상황이 국내 실물경제 및 금융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회의에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실물경제 영향 점검 및 범정부 대응방안’ 보고를 통해 국내외 경제상황 변동 및 정부의 대응책을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석유·가스 수급 및 가격 안정화 방안’을,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금융시장 상황점검 및 대응 방안’에 대해 보고했다.
회의에는 보고를 맡은 장관 외에도 조 현 외교부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임광현 국세청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등이 자리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