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석유 심장’ 카르그섬, 공습이 멈추는 곳
이란 북부 원유 수출 거점
공격시 확전·유가폭등 우려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이란 본토에서 불과 25km 떨어진, 페르시아만 북부의 이 작은 산호섬에서 이란 원유 수출량의 90%가 실려 나간다고 보도했다.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의 원유를 선적할 수 있으며, 1960년대 미국 석유회사 아모코가 건설한 이래 이란 석유산업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이란 정부에서 부특사를 지낸 리처드 네퓨는 “이곳 없이는 경제가 무너진다”고 단언했다.
섬의 구조 자체도 취약성을 키운다. 남부에는 저장탱크 수십 기가 밀집해 있고, 양쪽으로 초대형 유조선 선적이 가능한 긴 부두가 깊은 바다 쪽으로 뻗어 있다. 해저 송유관은 이란 최대 유전들과 이 섬을 직접 연결한다. 실제로 이 섬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집중 폭격을 받은 바 있어, 군사적 타격 가능성은 이미 역사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일요일 테헤란의 주요 연료 저장시설을 타격해 수도 상공을 짙은 검은 연기로 뒤덮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말 동안 공습 대상을 군사·핵시설 너머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카르그섬만은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유조선 추적 플랫폼 자료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사이에도 이곳에서 여러 척의 초대형 유조선이 원유를 실어 떠난 것으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카르그섬 공격이 가져올 파장을 이유로 꼽는다. 현재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에 소속된 네퓨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카르그를 치면 이란이 걸프 국가들의 석유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겨냥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설령 정권교체에 성공하더라도, 그 뒤를 이을 정부가 쓸 수 있는 경제적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도 제약 요인이다.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마이클 도런은 “백악관은 전후 이란 경제의 기반을 파괴하고 싶지 않고, 국제 유가가 더 오르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며 “카르그는 오랫동안 유지돼온 미국의 레드라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역시 이 선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란 원유 수출의 압도적 다수는 중국으로 향한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카르그를 통한 원유 흐름을 막는 결정은 쉽지 않다. 호르무즈해협을 통해서는 2025년 1분기 기준 하루 1420만 배럴의 원유가 오가며, 사우디·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산 원유도 이 길을 따라 아시아와 유럽으로 흘러간다. 카르그 공격은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을 흔드는 사안인 셈이다. 이스라엘 작전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번 작전의 목표는 이란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고음도 울린다. 이 지역의 한 에너지 업계 임원은 “미국이 카르그 공격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것이 걱정”이라며 “그렇게 되는 순간 모든 제약이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이스라엘 야당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도 “카르그섬의 유전과 에너지 산업을 파괴해야 이란 경제를 마비시키고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공격을 촉구하고 나섰다.
카르그섬이 앞으로 어떻게 다뤄지느냐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대해 어디까지 가려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