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95% 중동서 수입…일본, 금융시장 ‘3저’ 후폭풍
주가·엔화·채권 동반 하락세 마감
다카이치 총리, 국회서 긴급 대책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에 따른 중동정세 악화가 일본 금융시장을 덮쳤다.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중동지역에 의존하는 일본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공포가 금융시장으로 옮겨가 모든 금융자산의 가격 하락을 불렀다.
도쿄증권시장에서 9일 주가와 엔화가치, 채권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아사히신문은 10일 “원유 가격 급등으로 ‘트리플 약세’를 불러왔다”며 “석유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225평균지수는 5만2728포인트로 마감하면서 전장 대비 2892포인트(5%) 하락했다. 이날 닛케이지수 하락폭은 역대 세번째 수준이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장중 전날 대비 4200포인트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8엔대 후반까지 상승했다. 지난 1월 미국과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의 전단계로 알려진 ‘환율 체크’로 엔화 가치가 급상승한 이후 1개월 반 만에 158엔대까지 환율이 상승했다. 유가 급등과 엔화 가치 하락은 중동지역에서 원유를 95% 이상 수입하는 일본의 수입물가를 급상승시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장기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가격 급락으로 이어졌다. 9일 도쿄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지난 주말에 비해 0.065%p 상승한 2.225%까지 급등했다.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기조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모리타 교헤이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원유 가격이 100달러를 넘어서면 일본의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며 “경기는 침체되고 물가만 오르는 스테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급격한 유가 급등에 따른 대책을 제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부는 지난 주부터 즉각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면서 “너무 늦지 않게 대책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날 국회에서 밝힌 대책안에는 △가솔린과 전기 요금 상승에 대한 대책 △원유 조달처 확대 △금융시장 등 시장동향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 등을 제시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조기에 종식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10일 도쿄 증시는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날 오전 9시35분 기준 닛케이지수는 전날 대비 2.74% 상승한 5만4174포인트에 거래중이다.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7.74엔으로 전날 대비 소폭 하락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