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치매머니 ‘관리형치매신탁’ 도입 필요

2026-03-10 13:00:02 게재

“금융투자상품 분류, 대중화 걸림돌”

고령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치매신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치매신탁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김규동 연구위원은 KIRI리포트를 통해 “치매신탁은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되고 있어 고객 접근성이 낮다”며 “특히 투자권유대행인이 가입을 권유하고 있는데, 치매신탁의 대중화에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5년 치매환자수는 101만명으로 추정된다. 유병률 6.89%. 고령화에 따라 2040년에는 유병률 8.73%, 치매환자는 18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60세 이상 인구는 1466만명에서 2094만명으로 증가한다. 이에 따라 치매환자가 보유한 자산이 묶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통장에 넉넉한 예금이 있더라도 치매환자가 이를 인출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치매환자가 활용하지 못하는 자산을 치매머니라고 한다.

국내 치매환자의 자산은 2023년을 기준으로 154조원에 달하는데 국민총생산(GDP) 6.4% 수준이다. 2050년에는 GDP 15.6% 수준인 488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치매신탁이다. 치매 발병 또는 발병 이후라도 본인의 자산을 신탁업자에게 맡겨 생활비나 의료비 등 필요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치매가 발병하면 인지 능력이나 판단 능력이 저하된다. 행동이나 사고에 제약이 생기면서 자산 관리에도 적잖은 영향이 벌어진다. 이 때문에 자산가들은 상속이나 증여 등 세금 문제와 가족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신탁을 활용해왔다. 고령화 인구 증가에 따른 치매머니 누적 등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치매신탁의 확대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종전에는 신탁 외에 치매환자 재산관리 등을 위한 공적제도로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후견신청에서 선임까지 6개월 이상 절차가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소소한 비용도 모두 법원 승인을 필요로 한다. 신탁재산을 관리하는 변호사 등 대리인을 있어야 하고 이들에게 보수도 지급해야 한다. 자산가 외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치매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 이른바 공공신탁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도입이 필요한 제도지만 초기 단계라 법적 기반이 취약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 대부분 치매신탁은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가입을 받고 있다. 여기에 현재 법은 일반사망보험금의 보험청구권만을 신탁재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치매보험이나 저축성보험, 개인연금 등을 재원으로 할 수 있지만, 사망보험금 청구권 신탁 역시 도입된지 오래되지 않아 확대에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보험업계는 금융상품과 요양서비스를 연계한 신탁상품 개발을 하고 있다. 재산은 물론 고령의 치매환자 신변, 건강을 통합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생명보험 5개사, 손해보험 2개사 등이 신탁업에 뛰어들었는데, 금융회사 중에 요양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은 보험회사 뿐이 없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사망보험금 등 고객 자산을 신탁으로 받아 관리·운영하고 자신들이 운영하는 요양시설에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객에게 지급하는 의료비 중 일부는 요양시설 이용료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이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신탁재산 관리와 처분이 주목적인 치매신탁은 관리형신탁으로 분류되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권유대행인이 아니더라도 소정의 교육을 통해 활용가능한 보험설계사 등이 치매신탁 가입을 권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오승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