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락에 증시·채권·환율 널뛰기
코스피, 장 초반 5%대 급등…환율 25원 급락 출발
중동발 불씨 남아 있어 유가 추이는 여전히 주목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이 요동쳤다. 유가와 천연가스 등 주요 원자재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이 우려되면서 주요국 채권금리가 일제히 상승한 것이다. 그러다 전략비축유 방출 등 유가 안정 대책이 나오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종료’ 발언이 나오면서 유가는 다시 급락했다. 이에 글로벌 증시와 채권 환율시장도 따라 널뛰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중동발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어 유가 추이는 여전히 주목해야할 변수라고 지적했다.
◆유가 하락과 전쟁 종식 기대감 = 10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전일 대비 5%대 올라 5500대로 상승 출발했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9시35분 현재 전일보다 5.17% 오른 5523.17을 기록 중이다. 개장 초반 5% 넘게 급등하자 프로그램 매수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닥도 전일 대비 3.37% 상승한 1139.43을 기록 중이다
이날 상승세는 간밤 뉴욕증시가 보여준 극적인 반등세 영향을 받았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0% 상승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각각 0.83%, 1.38% 올랐다.
유가 하락과 전쟁 종식 기대감에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이날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유가 급등에 대응해 전략비축유 방출 등 조처를 할 수 있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전쟁이 마무리 수순”이라고 밝힌 것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소위 트럼프식 타코가 재연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모습이다.
이에 따라 달러 강세도 진정되는 분위기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오전 99.691까지 올랐다가 간밤에 하락해 98대로 내려왔다. 현재 98대 후반에서 등락 중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24.7원 하락한 1470.8원에 출발해 9시 5분 현재 전일 대비 25.1원 내린 1470.4원에서 거래 중이다. 장 초반 1468.4원까지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도 달러 강세 진정 등의 영향으로 하락했다. 전날 158.898까지 올랐다가 간밤에 큰 폭으로 내려 현재 157.906엔이다.
간밤 국제유가 급락세와 한국은행의 단순 매입 효과로 채권금리 또한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국채 금리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 거래일 대비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2.5bp 내린 3.5400%, 10년물 금리는 4.3bp 내린 4.0980%를 나타냈다.
국내 시장에선 한국은행의 수급 호재도 있다. 전일 장 마감 이후 한은은 3조원 규모의 단순매입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대상 종목은 3년 지표물인 25-10호, 10년 지표물인 25-11호와 함께 3년 바스켓채권인 25-4호, 10년 바스켓채권인 24-13호다. 특히 25-4호는 원월물의 바스켓채권이기도 하다. 이날 교체되는 5년 지표물인 25-8호도 포함됐다.
◆‘유가 상승 폭·지속 기간’ 한국 증시 핵심 변수 = 시장전문가들은 아직 조심스럽다는 판단이다. 이란발 불씨는 남아 있어 유가의 추이는 여전히 주목해야 할 변수다. 유가와 환율 흐름, 이로 인한 기준금리 인상 우려 등을 감안, 시장금리의 이전 레벨 복귀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왔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극단적으로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안정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는 호르무즈 해협 원유, 석유 제품 통과 물량 기준 3~4주 규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빠른 종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종료 암시 발언과 G7의 전략비축유 공동방출 검토 소식으로 WTI는 87달러로 안정화됐지만 이번 급락은 정책 개입 기대가 만든 단기 되돌림이라 판단한다”며 “오히려 공동 방출 언급은 이번 충격이 장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는 신호로 인식될 수 있어, 실제 전쟁 지속 기간에 따라 국제유가의 등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출구전략을 밝혔지만 언제든지 자신의 발언을 다시 뒤짚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란발 불씨가 완전히 소멸될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호르무즈 봉쇄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될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다행히 전쟁 장기화라는 큰불이 진화될 가능성은 커졌지만 사태의 완전한 마무리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당분간 국제유가 흐름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