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분기준 깜깜이…선심성 사업 수두룩
경실련, 경기도 특조금 분석
재정지표·정보 공개 등 제안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은 광역지방정부가 기초지방정부(시·군·구)의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개발 재난 등 특정한 재정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예산이다. 그러나 단체장 쌈짓돈처럼 사용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최근엔 특조금 배분·집행 과정에 지방의원들이 관여해 청탁·금품수수 혐의로 구속, 실형을 선고받는 등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특조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일신문은 특조금 운영 실태와 개선 방향을 두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서울시 특별조정교부금 ○○억 확보’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 ○○억 확보’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현수막이다. 명의는 국회의원부터 기초단체장, 광역의원까지 다양하다. 특별조정교부금은 말 그대로 ‘특정한 재정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광역지자체가 기초지자체에 교부하는 재원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지역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매년 더 많은 특조금을 확보하려고 경쟁한다. 반대로 시·도는 특조금을 시·군과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최근에는 경기도의원들이 특조금 배분·집행 과정에 관여해 뇌물을 수수하는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정승현 이기환 박세원 경기도의원은 ‘지능형교통체계(ITS) 뇌물 비리사건’으로 구속돼 최근 1심에서 징역 3~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ITS 뇌물비리’로 드러난 민낯 = 지방재정법과 경기도 조정교부금 배분 조례에 따르면 특조금은 특정한 재정수요가 발생한 시·군이 도에 신청하면 시·도지사가 심의·배분한다. 특조금 관련 업체 선정 등은 시·군이 관련법에 따라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결문에 따르면 구속된 도의원들은 특정사업을 지정해 특조금을 시·군에 신청하도록 하고 시·군은 신청과정에서 해당사업에 ‘관심의원’ 등으로 이들을 별도 기재해 도에 신청했다. 경기도 역시 특조금 신청내역에 이를 추천하는 도의원 이름 등을 비고란에 써 취합했다. 의원들의 요구대로 특조금은 해당 시·군에 배분됐고 공무원과 결탁된 특정업체가 사업을 발주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예산을 확보해 시·군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특조금 배분·집행에 의원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판결문을 통해 확인된 셈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지난해 발생한 해당 사건은 특조금 운영상의 문제가 아니라 ITS 관련 사업자, 전·현직 도의원, 시청 직원의 비리 행위가 원인”이라며 “특조금 배분은 관련 조례와 운영 기준에 따라 시·군의 신청사업을 검토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심의과정부터 집행결과까지 공개해야” = 이와 별개로 특조금이 본래의 목적과 달리 선심성·낭비성 예산으로 쓰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경실련 경기도협의회(경기경실련)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집행된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 운용실태를 분석한 결과 선심성 집행 등 공공성을 저해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지난 2023년 수원시 세류3동 환경관리원 쉼터(1억원) 용인시 노후가로등 정비(2억원) 성남시 복정동 LED 교체(8억원) 화성시 마을안길정비(2,8억원) 등은 12월 29일 회계연도 종료 이틀전 배분돼 불용액 방지용 배분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2024년 안양 관양시장 경관조명사업(5억원) 성남 분당구 LED 바닥형 신호등(4억원) 등은 상인회 자부담 원칙을 훼손하거나 소모성 사업에 특조금을 쓴 사례다. ‘맨발길’ 조성사업은 경기도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도 전역에 특조금을 대규모로 일괄 배분했는데 지자체 특수수요가 아닌 도지사 역점사업을 특조금으로 우회 집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경실련은 ‘획일적 모방 행정’(맨발길 등 유행사업 일괄배분)과 ‘청사보수 등 경상경비(일반재원) 대체’ ‘정치적 선심성(경관조명, 특정계층 체육시설 지원 등)’을 특조금 운용의 핵심 문제로 꼽았다. 경기 경실련은 “권익위원회 권고와 경기도 운영기준을 적용해 분석했다”며 “단순소모성 경비, 지엽적 사업, 청사 유지보수까지 특조금을 활용한 것은 선심성 지원의 전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사업별 시급성과 필요성, 수혜도 등을 종합 검토해 배분하되 시·군의 재정여건과 형평성 역시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특조금 배분의 적시성 및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계속해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노건형 경기경실련 사무처장은 “특조금의 선심성 배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 건전성 기반의 ‘정량적 배분 모델’을 도입하고 사업 시급성에 따른 ‘3단계 등급제’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심의과정부터 평가결과까지 모든 정보를 도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