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25% 상승시, 은행 순익 19% 감소…외화 유출 가능액, 가용 자산 초과
환율변동에 은행 손실 확대 가능성 커져
외화부채 496조 중 시중은행 규모 321조
1년 내 유출 가능 규모, 유입보다 62조 많아
금감원, 시나리오별 분석 … 은행 소집해 점검
중동 사태로 환율시장의 변동성이 큰 가운데 작년 12월말 대비 환율이 25% 상승할 경우 은행권의 당기순이익이 19% 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대다수 은행에서 외화 유출 가능액이 가용 자산을 초과하는 구조로 나타났다. 외화예수금 인출이 급격히 이뤄질 경우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오후 주요 은행의 외화자금 담당 부행장을 소집해 외화유동성과 관련한 점검을 진행한다. 또 매분기 실시해 온 환율 상승 시나리오별 스트레스테스트의 점검 주기도 매월하는 것으로 단축했다.
스트레스테스트는 환율이 1500원, 1600원 등으로 상승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성장률이 하락해 외화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극한 상황을 고려해 은행이 가용자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당히 강도 높은 시나리오로 스트레스테스트를 하고 있다”며 “결과가 잘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중동 상황이 계속 불안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리스크를 점검하고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가 지난달말 발간한 금융리스크리뷰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16개 국내은행의 외화자산은 480조원, 외화부채는 496조원 규모다. 외화자산과 부채는 2024년 6월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자산보다 부채의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은 총자산 2340조원 중 외화자산이 305조원, 총부채 2189조원 중 외화부채가 321조원으로 순외화자산은 마이너스 16조원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는 △외화환산손실 확대 가능성 △외환손익 영향 △유동성 리스크 등을 꼽았다.
국내은행의 2025년 외화손익은 2조1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5년 12월말 기준 환율 1435원 대비 환율이 20%(1722원), 25%(1794원)로 상승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 상승하면 1조2000억원 손실, 25% 상승시 2조원 손실로 전환됐다. 특히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해말 14조4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은 환율 25% 상승시 10조4000억원으로 감소했다. 특수은행과 지방은행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도영 예보 차장은 “환율 급등 시나리오에서 시중은행의 외환손익이 이익에서 손실로 전환되는 등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고, 일부 은행의 경우 외화환산손실 규모가 당기순이익을 초과하는 경우도 존재해 포지션 관리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환율 상승에 따른 수익 감소와 함께 단기 유동성 리스크도 문제로 지목된다. 2025년말 기준 국내은행 전체의 만기 1년 이내 순외화자산은 △1조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다.
표면적으로는 단기 유동성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다. 하지만 사실상 수시 인출이 가능해 만기 산정이 곤란한 외화예수금 규모가 99조80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리스크는 큰 편이다. 시중은행의 외화예수금 규모는 83조5000억원에 달한다.
일정 기간 안에 들어올 돈보다 나갈 돈이 얼마나 더 많은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외화 단기유동성 갭’을 보면 △62조2000억원이다. 시중은행 △44조원, 특수은행 △18조원, 지방은행 △4000억원 순이다.
김 차장은 “이는 만기산정이 곤란한 외화예치금을 가용 유동성으로 더하더라도, 외화예수금 규모가 이를 크게 상회해 사실상 대다수 은행에서 외화 유출 가능액이 가용 자산을 초과하는 구조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급격한 외화예수금 인출이나 외화차입금 상환 요청이 있을 경우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해 은행은 원화 및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만기별 자산·부채 규모 조정 등 유동성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외화 LCR은 30일 동안 예상되는 외화 유출을 감당할 만큼의 고유동성 외화자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김 차장은 “은행 차원에서는 외화 포지션에 대한 한도 관리와 헤지 전략을 재점검하고, 단순한 만기 매칭을 넘어선 보수적인 관점의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특히 외환손익 민감도가 높거나 단기 조달 비중이 높은 경우, 외화 자금 조달 구조의 장기화 및 다변화를 통해 대외 충격에 대한 흡수 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