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기업 69%가 PBR 1배 미만…저평가 심각
2년 연속 저평가 시 밸류업 공시 의무화 법안 발의
거버넌스 포럼, 고배당 기업 ‘약식 공시 허용' 반대
코스피 상장사 대부분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으로 저평가 현상이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2년 연속 PBR 1배 미만으로 저평가되는 기업에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번 개정안은 상장사의 고의적 ‘주가 누르기’ 의혹을 바로잡고 기업의 주주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평가된다.
11일 경제더하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유가증권 상장사 중 PBR이 1배 이상인 기업은 246개사로 31%의 비중을 차지했다. 나머지 556개사 69%는 PBR이 1배 미만으로 저평가 현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PBR 0.5배 미만인 기업이 전체 코스피 상장사의 40%에 달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증시 상승세가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질주로 PBR 1배 미만 기업의 수는 여전히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일부 상장사에 대해선 오너 일가 등 일부 대주주를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누르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현재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으로, 1배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이 가진 자산의 장부상 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낮다는 의미다.
이에 지난 6일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PBR이 2년 이상 1배 미만으로 유지되는 상장회사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배당가능이익의 처분, 자기주식의 취득·소각, 사업구조 개선 계획 등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PBR이 2년 연속 1배 미만이지만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장법인에는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는 지난해 5월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비슷한 취지로 발의한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보다 강화된 요건이다. 해당 개정안은 PBR 기준이 0.8 수준이다.
김현정 의원은 “주가가 장기간 순자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기업은 그 원인과 개선 계획을 시장과 주주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상장사의 고의적 ‘주가 누르기’ 의혹을 바로잡고 기업의 주주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말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한국거버넌스포럼은 10일 성명을 통해 ‘PBR 1미만 기업에 밸류업 의무화’법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개정안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대상기업에 대해 이익배당 결의 다음 날까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포럼은 이에 대해 “이사회의 보고나 심의, 의결을 거칠 것을 권고할 뿐 의무 사항이 아니다”라며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올해 공시 첫 해라는 점을 감안해 약식 공시를 허용하는 점에 대해서도 “행정 편의주의”라고 꼬집었다.
포럼은 “정교하게 만든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대신 상장사가 선택 가능한 약식 공시 허용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밸류업은 이사회가 중심이 돼 자본비용, 자본수익성, 주가 밸류에이션, 총주주수익률, 주주환원 등 핵심지표를 이해한 후 예측 가능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자본배치 계획을 중장기 관점에서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