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연 최대 1만5천건 예상”

2026-03-11 13:00:04 게재

헌재, 실행규칙·배당 내규 정비 … 시스템 구축

“4심제 부작용 없게 대비 … 법원과 협업 노력”

‘재판소원제’가 시행되면 최대 연 1만5000건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4심제’ 우려를 비롯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실히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소장 김상환)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별관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판소원 제도 도입 취지와 준비 상황을 설명했다. 재판소원제는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다. 재판이 헌법에 어긋나는 경우 헌재는 이를 취소하고 법원은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한다. 사법부를 중심으로 여러 우려가 제기됐으나 국회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르면 이번 주 공포 즉시 시행에 들어간다.

손인혁(사법연수원 28기) 사무처장은 “재판소원이 가능해지면 기본권 보장에 의미 있고 실질적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국민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조기에 안착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권위주의 체제로부터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해 헌재를 설치했지만, 재판소원 금지로 헌법에 담긴 주권자의 의지가 제대로 발현되지 못했다”며 법원의 공권력 작용도 헌법적 통제 대상이 돼 촘촘한 기본권 보장 체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했다.

손 처장은 특히 “재판소원 도입 과정에서 제기됐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이른바 4심제라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헌법재판연구원을 중심으로 외국 판례와 실무 경험을 충실히 검토하고 있고, 여러 전문가와 재판부·연구부 간 소통 기회를 마련해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재판소원 사건 전담 파견 심사부도 꾸렸다. 심사부는 법조 경력 15년 이상의 헌재 연구관 8명으로 구성됐다.

지성수(연수원 28기) 헌재 사무차장은 인력 및 예산 증원 필요성과 관련해 “적시 처리를 위해 헌법연구관과 사무처 심판사무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인력 증원과 예비비 확보를 위해 예산 당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주 10여명 규모의 행정준비단을 발족해 재판소원 제도 운용에 대비한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절차적으로는 헌재 실행 규칙과 배당 내규 등 즉시 개정이 필요한 규정을 정비하고 있다. 재판소원 사건의 기재 사항과 첨부 서류 등을 추가한 헌재 심판 규칙 개정도 법안 공포 시점에 맞춰 시행될 예정이다.

헌재는 우선 전자헌법재판센터 시스템의 재판소원 사건 전자접수 기능을 개발해 시행일에 맞춰 시스템 오픈 준비를 마쳤다. 조만간 홈페이지에 재판소원 청구 방법과 청구서 기재 내용에 대한 상세 안내문도 게시한다. 재판소원은 법 시행일 기준으로 직전 30일 이내에 확정된 판결에 대해 청구할 수 있다. 접수되면 법적 요건을 갖췄는지를 사전에 판단해 청구 요건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면 본안 심리 없이 종료한다.

손 처장은 재판소원 적법요건 판단에 대해 “앞으로 구체적 판례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 새로운 적법요건이 제시될 예정”이라며 “그전까지는 기존 헌법소원 적법요건이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재판소원은 1·2심에서 판결이 확정돼도 청구가 가능하다. 손 처장은 다만 “헌법소원은 최후적이고 비상적인 권리구제 절차로, 심급제를 통해 위헌성이 시정될 수 있다면 그 절차를 다 거치고 오라는 게 본질적 부분”이라며 “당사자가 2· 3심을 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일찍 확정하면 보충성 원칙 위반으로 각하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헌재는 1년에 재판소원 1만~1만5000건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법원의 상고 건수 대비 25~30%의 불복률을 적용한 수치다.

손 처장은 다만 “헌재는 법원의 법률 적용이나 사실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게 아닌데 많은 청구가 그런 내용을 다투는 것일 거라 생각한다”며 상당수가 지정재판부 단계에서 각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리 과정에서 재판기록 송수신과 관련해선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헌재에 법원의 전자기록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법원에서 헌재로 종이 기록을 대량배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지 차장은 “헌재법 32조에 따라 재판소원 심리에 필요한 경우 법원에 기록 송부나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며 “현재도 재판기록 사본 제출이나 인증등본 송부 촉탁 형식으로 송수신이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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