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확실성 커질수록 ‘주가 동조화 현상’ 심화
불확실한 시장에서 투자자 ‘거시 정보 의존’
개별 기업보다 시장·산업 흐름 영향 커져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개별 기업의 주가가 시장 전체 흐름과 함께 움직이는 ‘주가 동조화’ 현상이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개별 기업의 정보보다는 시장 전반의 움직임에 더 크게 의존한다는 분석이다.
1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회계학회가 발간한 회계학연구에 실린 논문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주가동조화 현상’에는 이 같은 내용의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박형주 연세대학교 교수는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클수록 개별 기업의 주가가 시장이나 산업의 흐름에 더 밀접하게 연동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불확실한 환경에서 기업 고유의 정보를 활용하기보다는 보다 일반화된 정보를 중심으로 투자 결정을 내린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주가 동조화는 개별 기업의 주가가 시장 또는 산업 수익률과 얼마나 함께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동조화 수준이 낮을수록 기업 고유 정보가 주가에 잘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반대로 동조화 수준이 높을수록 시장 전반의 정보나 투자 심리가 주가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연구에서는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와 낮은 시기의 주가 움직임을 비교한 결과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불확실성이 낮은 시기의 주가 동조화 지수는 평균 -2.247 수준으로, 개별 기업 주가 움직임의 약 10% 정도만 시장 전체 흐름으로 설명되는 수준이었다.
반면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이 지수가 -1.921로 높아져 시장 흐름으로 설명되는 비중이 약 13%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개별 기업의 주가가 시장 전체 흐름과 더 비슷하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주가동조화에서 시장 요인은 보통 10~20% 수준으로 약 3%p 정도 상승한 수치는 시장 전체 흐름의 영향 측면에서 보면 이전보다 약 30%가량 커졌다는 의미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와 낮은 시기의 기준은 코스피 변동성지수(VKOSPI)로 구분했다. 2011~2020년 코스피 상장기업 4539개 기업-연도 표본을 대상으로 VKOSPI 수준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와 낮은 시기로 나눠 비교 분석했다.
특히 정보비대칭 수준이 높은 기업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보비대칭은 기업 내부자와 외부 투자자 간 정보 격차를 의미한다. 연구에서는 매도·매수 호가 스프레드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정보비대칭이 높은 기업일수록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주가 동조화 사이의 양(+)의 관계가 더욱 강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교수는 “정보비대칭이 클수록 기업 정보를 탐색 및 처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증가해 투자자들은 비용-편익에 따라 상대적으로 분석이 쉬운 공통 정보에 더 크게 반응한다는 정보처리비용 이론과도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규모, 부채비율, 수익성, 외국인 지분율 등 다양한 기업 특성을 통제한 상태에서도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주가 동조화 간의 양(+)의 관계는 여전히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이는 특정 기업 유형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자본시장 전반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특징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산업별 차이가 있을 가능성도 함께 검증했다. 산업 특성에 따라 주가 움직임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산업별 특성을 반영해 분석을 실시했지만 결과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주가 동조화 강화 현상은 특정 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의미다.
박 교수는 “자본시장의 정보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개별 기업의 정보 공시 강화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 또한 중요함을 규제당국에 시사한다”며 “특히 정보환경이 열악한 기업의 경우, 시장에서 과도하게 일반화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기업가치가 왜곡되고 자본배분의 비효율성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독당국은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정보 불균형을 완화하고, 투자자의 비이성적 반응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