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대출 시장 요동…투자자 긴장고조
클리프워터 330억달러 펀드 환매 제한
JP모건도 사모대출 담보가치 낮춰
미국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급증하자 주요 펀드가 환매를 제한했고, 월가 대형은행은 사모대출 자산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급성장하던 사모대출 산업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사모대출 운용사 클리프워터의 대표 펀드인 클리프워터 코퍼레이트 렌딩 펀드(CCLFX)는 1분기 투자자 환매 요청이 급증하자 환매를 제한했다.
이 펀드는 약 330억달러 규모로, 1분기 투자자들이 펀드 지분의 14%에 해당하는 환매를 요청했다. 그러나 실제 승인된 환매는 7%에 그쳤다.
펀드는 분기마다 지분의 5%까지 환매를 허용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라 최대 2% 추가 환매가 가능하다. 이번에도 그 범위 내에서 환매가 승인됐다.
사모대출 펀드는 기본적으로 거래가 드문 비상장 대출을 담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가 언제든지 돈을 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FT는 “이번 환매 급증은 비상장 대출에 투자하면서도 제한적으로만 환매가 가능한 준유동성 펀드의 위험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클리프워터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사모대출 운용사 중 하나다. 특히 독립 브로커를 통해 개인 투자자와 고액자산가 자금을 적극 유치해 왔다.
투자은행 RA스탱거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165억달러를 신규로 유치해 업계 대형사인 KKR, 아레스 매니지먼트, 블루아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블랙록의 HPS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등과 경쟁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다는 점은 최근 들어 약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부 기업의 채무불이행과 사모대출 투자 차량의 자산 평가손실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클리프워터는 투자자 서한에서 “2025년 수익률은 8.9%였고 순 레버리지는 0.23배로 대부분 사모대출 펀드의 약 4분의1 수준”이라며 “실현 손실은 역사적으로 거의 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사모대출 시장의 긴장감은 은행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FT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최근 사모대출 운용사들에게 “일부 대출의 가치를 낮게 평가했다”고 통보했다. 이 대출들은 사모대출 펀드가 JP모건에서 추가 자금을 빌릴 때 담보로 사용되는 자산이다.
담보 가치가 낮아지면 은행이 제공할 수 있는 대출 규모도 줄어든다. 이는 사모대출 운용사들이 활용해온 ‘백레버리지’(은행 차입을 통한 투자 확대)가 축소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JP모건 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은 최근 레버리지드파이낸스 행사에서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에 대해 더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JP모건 상업·투자은행 공동대표 트로이 로어보우는 지난달 실적 설명에서 “세상이 더 불안정해질수록 이런 결과는 예상된 일”이라며 “사람들이 놀라는 것이 오히려 놀랍다”고 말했다.
JP모건이 가치 평가를 낮춘 대출은 주로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이다. 인공지능(AI)이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 사업 모델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FT 보도 직후 뉴욕 증시에서도 사모대출 관련 기업 주가가 하락했다. 아레스 매니지먼트는 5.2%, KKR은 2.7%, 블랙스톤은 2.1%,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2% 하락했다.
사모대출 산업은 2020년 이후 급성장했다. FT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40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사모대출 운용사들은 고위험 기업의 주요 대출 공급자로 떠올랐고, 대형 인수합병 자금까지 제공하며 은행과 경쟁해 왔다. 하지만 최근 환매 압박과 자산 가치 논쟁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시장에서는 사모대출 산업의 유동성과 자산 가격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