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전략자산 이란 사태 투입 … 한미 합의 ‘전략적 유연성’ 논란 확산
동북아 분쟁 연루 가능성 등 안보위협 확대
청와대·여당 “대북 억지력 문제 없어” 강조
“2006년 한미 합의, 세부적으로 조정 필요”
“전시 작전권 환수 등 지렛대로 활용해야”
11일 진보당은 논평을 통해 “주한미군 사드 발사대 6기가 이미 중동 전쟁터로 반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며 “사드는 미국의 본토와 태평양 미군 기지를 지키기 위한 ‘대중국 감시망’이자 ‘미국 방패’였음을 미군 스스로 자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심각한 것은 우리 영토에 배치된 무기체계가 우리 정부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데 있다”며 “미군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전 세계 전쟁터로 차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눈으로 확인해 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군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한반도 안보가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명백한 주권 침해”라고도 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자산을 미국의 필요에 따라 이동시킬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이 한반도 안보나 우리나라의 의견과 배치되더라도 실행되는 것에 대한 우려로 해석된다.
세종연구소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합의문은 2006년 한미 양국 간 전략대화에서 채택됐다.
당시 합의 내용을 보면 △주한미군은 한반도 방위라는 기본 임무를 유지한다 △한국은 주한미군의 역외 작전이 자국의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협의한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활용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안보 기여를 확대할 수 있다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이 보고서는 “2006년 버전의 전략적 유연성은 원칙적, 개념적 합의로 한반도 밖 다른 지역 투입 가능성을 인정하고 한국의 주권과 국민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틀”이라며 “과거에는 한국의 의사에 반하여 분쟁에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두어졌다면, 이제는 조건 없이 미군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더 강조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주한미군이 자국 필요성에 따라 일부 방공무기를 반출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고는 있지만, 우리 의견대로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한미 양국은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주한미군 전력 일부의 해외 이동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의 군사력 수준, 국방비 지출 규모, 방위산업 역량, 장병들의 높은 사기 등을 감안하면 우리의 대북 억지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일부 방공 자산이 반출됐다고 곧 안보 공백이 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우리 군의 독자적 역량과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이 이를 충분히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반도 안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주한미군 자산이 미국의 소유인 만큼 미국의 자율적 운용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한반도 안보와 중국-대만 분쟁 등 예상 가능한 상황까지 염두에 두면서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재조정하는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연구소 보고서는 “조약에 근거한 주한미군의 주둔은 주둔국과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서, 역외 활동을 위한 새로운 임무 행사는 주둔국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동맹 정신에 부합한다”며 “현대화된 안전판 재확인, 시나리오별 참여 스펙트럼의 사전 합의, 전력구조의 질적 전환 등을 동시에 추진해야 전략적 유연성의 이익을 취하면서 비용을 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한미군 활용과 관련한 ‘전략적 유연성’의 한계를 솔직히 말했다”며 “이제 우리나라는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등과의 관계가 어려워지고 동북아 분쟁에 연루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만큼 이를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이나 전시작전권 환수 등 협상에서의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