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석화 직격탄, 반도체도 부담

2026-03-12 13:00:05 게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 국제유가 요동

중동발 오일쇼크 산업계 ‘대혼란’

13일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국내 산업계도 전력과 원자재, 물류비용 상승에 따른 비상이 걸렸다.

항공과 석유화학 등 유가 민감 업종은 직격탄을 맞았다. 국가 주력산업이자 전력소비가 많은 반도체까지 영향권에 들면서 전쟁 장기화에 따른 산업계 전체의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산업계 원자재 가격 상승 취약 =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큰 우리 산업계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겪었던 ‘에너지 대란’이 재연될까 걱정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은 에너지 원가 상승과 광범위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항공업계는 유류비 비중이 영업비용의 약 30%를 차지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가 1달러 오르면 연간 3050만달러(약 450억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이미 공급과잉으로 한계상황에 부닥친 석유화학업계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원재료인 유가가 오르면 제품값을 올려야 하지만 전쟁불안 심리로 수요침체가 심화된 상황에서 가격인상도 쉽지 않다.

여천NCC는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에 따른 계약 미이행 면책 조치로서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연쇄적인 불가항력 선언과 최악의 경우 공장가동 중단 사태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산업도 비상이다. 2022년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이 이미 약 70% 인상된 상황에서 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증산에 박차를 가하는 반도체 업계는 전기료 부담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자동차업계 역시 고유가로 인해 내연기관차에 대한 소비심리 위축을 우려하며 긴장하고 있다. 정유 및 해운업계도 단기적 마진 개선 효과와 별개로, 중장기로는 내수 부진과 수요 둔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철강·시멘트·운송비 줄줄이 상승 = 국내 건설·건자재 업계도 원가 관리 불확실성으로 시름이 깊다. 원유·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철강, 시멘트 등 건설 자재 생산비와 장비 운용비, 운송비까지 연쇄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60% 상승할 경우 건축물과 일반 토목 시설의 공사비는 각각 1.5%, 3% 상승한다. 국내 일부 레미콘 제조사들은 운송 사업자의 유류비를 전액 부담하는 구조라 최근 유가 급등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수순이다.

시멘트 업계도 시멘트 생산 원가의 25% 안팎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의 상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는 이번 유가 급등 이전부터 건설 공사비가 가파르게 올랐던 터라 타격이 더 크다. 건설 물가 지표인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1월 133.28로, 통계 발표 이후 월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처럼 이미 자재비·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 악화뿐 아니라 주택정비사업과 분양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비축유 방출·석유 최고가격제 추진 = 정부는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급등한 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 공조와 국내 시장 통제를 병행하는 ‘투트랙’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11일(현지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 긴급 이사회에서 결의한 총 4억배럴 규모의 비축유 공동 방출에 동참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방출 물량은 2246만배럴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국내적으로는 이번 주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한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정부는 정유사의 손실 보전과 유류세 인하, 취약계층 지원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고려하고 있다. 전략 비축유 방출을 통한 공급 확대와 최고가격제를 통한 가격 통제가 동시에 시행될 경우 단기적인 유가 상승세를 억제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지역 수출 중소·중견기업들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도 강화한다. 산업통상부는 중동 수출 애로 통합 관리체계를 가동하고 물류비 지원 확대 및 정책금융기관 유동성 지원 강화에 나섰다.

이재호 기자hlee@n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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