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계약 강요” vs “대기업 협상일 뿐”
공정위-브로드컴 ‘삼성 갑질’ 여부 법정서 공방
186억원 과징금 소송 최종 변론, 5월 13일 선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양측이 최종 변론을 통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의 행위는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불리한 계약을 강요한 불공정 행위”라고 밝혔고, 브로드컴은 “삼성전자는 훨씬 큰 거래 상대방이었고 계약은 협상 결과일 뿐”이라고 맞섰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박영주 김민기 최항석 고법 판사)는 11일 브로드컴 인코포레이티드 본사와 지사 4곳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을 가졌다. 이날 쌍방은 1시간가량 프리젠테이션(PT) 방식의 구술 심리를 진행했고, 재판부는 5월 13일을 선고 기일로 정했다.
사건은 공정위가 2023년 9월 브로드컴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인정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86억원을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공정위는 당시 브로드컴이 스마트폰 부품 공급과정에서 삼성전자를 압박해 장기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브로드컴이 구매 주문 승인과 제품 선적, 기술 지원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협상력을 행사해 삼성전자가 연간 최소 7억6000만달러 규모의 부품 구매 의무와 차액 배상 조항이 포함된 3년 계약을 체결하도록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브로드컴은 처분에 불복해 같은 해 11월 소송을 제기했다.
브로드컴측은 PT 변론을 통해 삼성전자가 오히려 구두로 약속했던 부품 물량을 반복적으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로인해 연구개발 투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계약을 서면화하려 했을 뿐이라는 취지다.
브로드컴 변호인은 “부품 공급업체인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품 공급 중단 등은 협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통상적인 압박 수단이지 거래상 지위 남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브로드컴은 이어 “최소 구매금액 역시 협상 과정에서 조정된 금액으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약 8억달러 수준의 구매가 예상됐다는 자료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부품 공급 중단 압박을 수단으로 활용해 삼성전자를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로 몰아넣었다고 반박했다.
공정위측은 “브로드컴이 구매 주문 승인과 기술 지원을 중단하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라인 중단 위험에 직면했다”며 “결국 삼성전자는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최소 구매 의무와 차액 배상 조항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측 변호인은 특히 스마트폰 부품 특성상 한번 부품이 채택된 후 다른 부품으로 교체하려면 하드웨어 재설계와 소프트웨어 개발, 인증 절차 등이 필요해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점도 강조했다.
공정위측은 “이 계약으로 삼성전자의 브로드컴 의존도가 높아지고 경쟁사 부품 채택이 제한되면서 더 비싼 부품을 구매해 1억6000만달러(약 21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발표와 추가 의견을 들은 뒤 “충분한 심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변론을 종결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