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증폭되는 시대, 아세안의 전략적 선택

2026-03-13 13:00:02 게재

중동전쟁·관세 충격 속 대미 관계 강화·통상 다변화 병행 … 국가별 대응 갈리며 ‘격차의 동남아’ 현실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가운데)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들이 2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미 평화연구소에서 열린 ‘평화 이사회’ 출범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 무역 환경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4월 시작된 미국의 관세 공습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이어 레바논과 걸프 연안국으로 확전 양상을 양상을 보이며 세계 경제를 긴장시키고 있다. 원유 가격이 널뛰고 4차 오일쇼크 공포가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지면서 세계 경제의 불안 심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지난 5일 성명을 내 중동에서 일어나는 적대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면서 모든 당사국이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하고 상황을 더 악화시킬 어떠한 행동도 피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외교와 대화를 통해 이견 차이를 해결하도록 촉구했다. 오만 주도의 중재 이니셔티브를 포함해 진행 중인 외교적 노력 와중에 교전이 발생해 특히 유감스럽다고 성명은 밝혔다.

지난 해 미국의 상호 관세 압박에 서둘러 무역·관세 합의를 타결했던 나라들은 향후 대응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아세안의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다. 프라보워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또 람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2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최한 가자 평화위원회 창립 회의에 참석한 계기에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마무리하고 거창한 의식 속에 축포를 터트렸다.

그러나 상황은 곧바로 급변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거의 모든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 조치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지난달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새로 부과한 10% 글로벌 관세를 ‘일부‘(some) 국가에는 15%로 인상해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모든 국가들에 15%관세를 올리겠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USTR 등의 조사에 근거해 선별적으로 관세를 올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가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지침과 세부 규정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같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아세안 국가들이 대미 관계를 강화하고 자체 결속을 다지며 경제·통상 협력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으로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가자 평화위원회 회의 참석·불참석 엇갈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주최한 가자 평화위원회 창립 회의에는 30개국 이상의 정상들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의 라이벌과 대안으로 인식되는 이 이니셔티브가 국제 외교의 다른 분야로까지 확대될 수도 있을 것으로 시사했다.

회의에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또 람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및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등 3명의 지도자가 동남아를 대표했다. 이들의 회의 참가 결정과 다른 동남아 지도자들의 불참 결정은 각 개별 국가가 트럼프의 새로운 플랫폼을 어떻게 해석하는가를 반영한다. 각국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백악관과 무역 및 관세 협상의 한가운데 있고 경제 성장을 위해 대미 경제 관계 안정화를 추구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가자 지역 국제 안정화 부대에 8000명 수준까지 자국 병력을 파견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당시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미-인니 ‘상호무역 협정’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양국 사이에 “동맹의 새로운 황금 시대”를 열었다며 환영했다.

양국합의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미국 농산품을 포함한 미국 수출품 99%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고, 미국 농산품은 수입허가 발급 의무에서 면제된다. 인도네시아의 핵심 수출품인 팜유, 커피, 초콜릿 등 약 1800여개 품목에 대해서는 미국 측도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미국은 또한 인도네시아산 제품에 대해 기존에 부과하던 19%%의 상호관세율을 유지하되 일부 전략 품목에 대해서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베트남은 미국과의 무역 안정화에 더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또 람 당 서기장은 워싱턴 체류 중 대미 관세협상 교착을 타개하가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 회담을 가졌다.

반면, 캄보디아의 대미 관계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캄-태 국경 분쟁의 정전 중재를 지원한 이래 해빙기를 맞이하고 있다. 마넷 총리는 평화위원회가 캄-태 국경의 긴장 완화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표명했다.

이번 워싱턴 회의에 동남아에서 눈에 띄는 몇몇 불참 국가가 있다. 미국의 조약 동맹국인 태국·필리핀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까지 포함한다. 말레이시아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협정에 서명한 최초의 동남아 국가 군에 속하며 싱가포르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긴밀한 파트너 중 하나이다. 동남아에서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가장 큰 목소리로 대변하는 말레이시아의 입장은 미국 주도 가자 평화 계획에 대한 강력한 반대와 긴밀히 연관 되어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태국, 미얀마의 아세안 복귀에 교량역 희망

시하삭 태국 외교장관은 지난달 18일 태국 푸켓에서 미얀마 군정 외고장관과 면담 후 미얀마를 아세안에 복귀시키기를 희망한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2021년 미얀마가 군부 쿠데타 이후 아세안 고위급 회의에서 배제된 뒤 거의 5년 만이다.

시하삭 장관은 테국이 이번 미얀마 선거를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선거는 이미 치러졌기 때문에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도와야 하면 미얀마 군정 역시 아세안 5개항 합의사항 이행을 시작함으로써 상호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국이 아세안의 미얀마 화해 추구 노력과 병행해 미얀마 군정과 대화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말경 미얀마 관련 비공식 협의를 주최했으며 여기에는 미얀마 군정과 라오스,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및 태국 등 5개 미얀마 인근 국가 외교장관과 고위급 대표들이 참석했다.

태국은 태-미얀마 간 2400km 이상의 긴 육로 국경선을 마주하고 있다. 국경선 태국 지역에 8만명 이상의 미얀마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현실로 인해 미얀마의 현존하는 불안정에 의해 훨씬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성장세 엇갈린 동남아, 격차 확대 대비

동남아는 2025년 두 지역의 한 이야기였다. 베트남과 싱가포르 같은 나라들은 미국의 관세 난기류에도 불구하고 큰 수출 증가세를 기록한 반면 필리핀과 태국 같은 경제는 자연재해와 정치 혼란의 타격을 입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역의 경제 전망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의하면 작년 동남아의 GDP 성장률은 4.5%로 2024년에 비해 0.3% 하락했다. 베트남은 8% GDP 성장을 보였다.

두 번째로 실적이 좋은 국가는 말레이시아로 작년 성장률이 5.2%였다. 말레이시아의 한 싱크탱크는 금년 GDP 성장 전망을 4.3%에서 4.6%로 상향 조정했다.

싱가포르도 이와 유사하게 작년 성장률 5%로 목표치를 넘어섰다. 싱가포르 정부는 올해 성장 예상치를 2.0%~4%로 유지했다.

필리핀은 이전에는 동남아에서 가장 실적이 양호한 국가군에 속했다. 하지만 2025년 4.4% 성장으로 지난 5년 중 가장 느린 성장세를 보였다. 한 ADB 경제학자는 미얀마, 필리핀 및 태국을 작년에 자연 재해의 영향을 크게 받은 국가에 포함시켰다. 이들 3국은 2024년보다 2025년 더 부실한 실적을 보였다.

태국은 작년에 2.4% 성장에 그쳤다. 이는 2024년 수정 성장 2.9%보다 더 둔화된 수치다. 태국은 국내 정치 혼란과 캄보디아와 국경 충돌 및 관광업 불황으로 경제 활력이 이전만큼 못하다.

최대 경제인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5.11%의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인도네시아는 5.4% 성장을 목표로 설정했다. ADB의 수석 경제학자는 ADB는 2026년 지역 경제 전망을 다시 논의하고 있으며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지역경제 전문가는 제4차 오일쇼크 가능성 등 위험을 거론 하면서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아세안 경제는 단일 성장 담론을 공유하기보다 점증하는 실적 편차를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캐나다, 올해 목표 FTA 협상 가속

아세안과 캐나다는 자유무역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협상에서 50% 이상의 진전을 이루었으며 2026년까지 협상 완료를 목표로 삼고 있다. 무역과 투자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이미 10개 챕터 협상을 끝냈다.

여기에는 개인의 일시적 이동, 중소기업, 경쟁, 세관 절차, 무역 원활화, 양호한 규제 관행, 기술 및 경제 협력, 위생 및 식물 위생 조치 및 통신 서비스 같은 이슈들이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핵심 이슈들에 대해 중대한 의견 차이가 존재 한다. 상품 무역, 원산지 규정, 기술 규제, 인증 및 검정, 전자상거래, 표준, 지속 가능 무역과 개발 같은 이슈들이다.

정해문 전 태국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