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열어도 세계경제엔 상처

2026-03-13 13:00:01 게재

원유 생산 차질이 더 큰 충격 … 스티글리츠 “미국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12일(현시지간) 트레이더들이 미국 뉴욕 월가의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장 마감을 앞두고 거래를 하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며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700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마감했다. UPI=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 수 있느냐가 이번 이란 전쟁의 경제적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이미 시작된 생산 차질과 비용 급등의 충격까지 곧바로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12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미국이 공중 우세를 확보하고 이란의 미사일 재건 능력을 크게 약화시킨 뒤 국제 연합체와 함께 유조선 호위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세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상공 통제권을 확보해 선박과 항만을 노리는 미사일·드론 위협을 줄이는 일이다. 그 다음은 다국적 함대를 동원해 유조선을 호위하며 통항을 재개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 측은 아직 해협에 기뢰가 부설된 정황은 없다고 보고 있다. 이는 문제의 핵심이 단순한 항로 봉쇄가 아니라, 선박이 지나가더라도 공격받을 수 있다는 공포 자체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시장이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 팟캐스트 대담에서 마이크 돌란은 유가가 한때 120달러 안팎까지 뛰었다가 다시 100달러 아래로 내려오면서 증시에 안도감을 줬지만, 진짜 위험 변수는 전쟁의 “기간”이라고 짚었다. 종전 기대가 가격을 눌렀을 뿐, 현장 상황은 그 기대만큼 좋지 않다는 얘기다.

그래서 비축유 방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사태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로 규정했고, 3월 세계 원유 공급이 하루 800만배럴 줄 것으로 봤다. 중동 산유국 생산 감소 폭은 하루 1000만배럴을 웃돌았다. 비축유는 시간을 벌어줄 수는 있어도, 생산 자체가 멈춘 상황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 잃어버린 생산은 단순한 선적 지연보다 훨씬 큰 충격이다.

가격의 다음 고비는 수요 파괴다. 정확한 기준선이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브렌트유가 120달러 안팎을 넘어서 그 수준이 이어질 경우 항공, 운송,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수요 둔화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경계가 강하다. JP모건은 유가가 10% 오를 때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5~0.20% 깎일 수 있다고 봤다. 결국 100달러는 충격, 120달러대는 경기 둔화, 130달러 이상 장기화는 침체 논의가 본격화하는 구간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는 여러 시장 전망을 종합한 해석이다.

전쟁의 파급은 원유에 그치지 않는다. 비료 가격이 이미 들썩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요소 가격은 전쟁 전 톤당 470달러 수준에서 약 80달러 뛰었다. 중동의 가스와 화학 제품 흐름이 흔들리면 질소비료와 요소 공급이 먼저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이는 곧 농가 비용 상승과 식품 물가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컬럼비아대의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도 이런 연쇄 충격을 우려했다. 그는 11일 공개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관세로 오른 물가에 전쟁 충격까지 겹치면서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유가 충격, 식품가격 충격, 증시 충격이 한꺼번에 미국 경제를 짓누를 수 있다"며 1970년대식 충격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걸프 국가들에도 이번 전쟁은 단순한 안보 위기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은 국부펀드 투자 전략과 해외 투자 약속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두바이는 오랫동안 중동에서 가장 안전하고 기업 친화적인 금융 허브라는 점을 내세워 왔지만, 최근 씨티가 UAE 지점 다수를 일시 폐쇄하고 HSBC도 카타르 지점을 닫으면서 그 간판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걸프 국가들은 “에너지 수출 기지”를 넘어 “안전한 자본의 피난처”라는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재점검해야 하는 처지다.

결국 이번 위기의 본질은 해협을 열 수 있느냐만이 아니다. 해협이 다시 열려도 생산 차질이 길어지고, 비료와 식품 가격이 오르고, 금융시장이 뒤늦게 전쟁 장기화를 반영하기 시작하면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지금 시장이 기대하는 짧은 전쟁이 아니라 긴 전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유가보다 더 무서운 것은 뒤늦게 밀려올 경기와 물가의 이중 충격일 수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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