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보호막 안쪽에서 ‘국보 2호’ 만난다
종로구 ‘원각사지 10층석탑’ 내부 공개
성균관대와 협업…학생들이 해설·안내
“연꽃은 어디에 있어요?” “잘 찾아보세요. 크고 명확한 무늬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들이 있어요.” “탑 안쪽은 비어 있는 건가요?” “정확한 건 해체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종로2가 탑골공원. 정문인 삼일문부터 의암 손병희 동상, 팔각정을 지나 가장 안쪽 북문 앞에 자리잡고 있는 서울 원각사지 10층석탑. 지난 1962년 지정된 국보 2호다. 높이가 12m에 달하는데 그보다 커다란 유리 보호막에 둘러싸여 있어 평소에는 정확한 구조나 문양 등을 어림짐작만 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달라졌다. 탑을 보호하기 위해 씌운 유리 안쪽에서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종로구가 지난 4일부터 내부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오는 15일까지 하루 두차례씩 이어진다.
13일 종로구에 따르면 본격적인 개방을 앞두고 석탑을 관람할 시민들을 공개 모집했는데 8분만에 18회차 모두가 마감될 정도로 호응이 컸다. 미처 신청을 못한 시민들과 관람이 제한된 외국인 관광객들이 추가 개방을 요청하고 있을 정도다.
원각사지 10층석탑은 1467년 조선 7대 왕인 세조 재위 당시 왕실 주도로 건립됐다. 국내 석탑은 주로 화강암 재질인데 드물게 대리석을 사용한 희귀 유산이다. 탑신 곳곳에 정교한 불상을 비롯해 보살과 연꽃 동물 등이 새겨져 있어 당대 불교 미술의 정수로 꼽힌다.
지난 1999년에는 석탑 외부에 대형 유리 보호막이 더해졌다. 산성비와 조류 배설물로 인해 훼손되는 석탑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두꺼운 유리와 빛 반사로 인해 세밀한 관람이 어려워졌다. 구 관계자는 “여름이면 내부 온도가 60도 가까이 올라가고 결로 현상이 생기는가 하면 통풍이 잘 되지 않아 석탑 훼손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문화유산청과 논의해 일시적으로 개방한 뒤 실효성 있는 보존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마침 탑골공원 해설 안내를 준비하고 있던 성균관대 학생들과 뜻이 맞았다. 박경은(경제학)·이도현(글로벌리더학)·양서연(글로벌경제학) 세 학생이 지난해부터 다른 문화유산과 달리 해설사가 없는 탑골공원을 안내해보고 싶다고 요청한 참이다. 구와 논의를 하던 차에 석탑 내부 공개가 결정되면서 자연스럽게 해설을 맡게 됐다. 학생들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데 퇴색된 곳을 시민이 시민에게 안내하자는 취지였는데 당시 음주 문제가 쟁점이 된 탑골공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배경을 전했다.
석탑 내부 공개는 종로구가 민선 8기 들어 추진하고 있는 탑골공원 개선사업과 닿아 있다. 역사공원의 품격을 회복하고 문화와 휴식이 있는 열린 시민공원으로 조성한다는 취지다. 지난 2024년 북문과 동문을 개방했고 지난해 11월에는 공원 일대를 금주구역으로 지정해 고질적인 음주 소란 문제를 해결했다. 원래와 위치가 달라진 서문 추정지 발굴조사를 끝내고 복원사업도 추진 중이다.
종로구는 이번 개방을 계기로 기존 보존 방식의 한계를 직시하고 시민들이 국보의 가치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민들 요청을 받아들여 석탑 내부를 추가적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오랜 시간 유리 뒤에 가려져 있던 국보의 진면목을 시민들께 온전히 돌려드리는 소중한 계기이자 문화유산 보존의 새로운 길을 찾는 과정”이라며 “탑골공원의 역사성을 회복시켜 모든 시민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역사문화 공간으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