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기 옹벽, 주민과 함께 ‘보고 또 보고’
서초구 첨단계측기 설치하고 육안 점검
3주간 14개 동에서 주민 350여명 참여
“보기에도 너무 위험해요. 사고가 난 뒤 대처하는 게 아니라 예방한다니 참 좋네요.” “그런 의도로 설치했습니다. 균열은 0.01㎜까지 감지합니다.” “비가 올 때도 작동하는 건가요?” “눈·비와 무관하게 1년 365일 24시간 가동합니다.”
서울 서초구 방배본동 한 빌라. 뒤편으로 10m 높이 옹벽이 솟아 있고 그 위로 아래쪽보다 규모가 큰 빌라들이 줄지어 있다. 경사가 70도에 달하는 옹벽은 길이만 45m다. 돌로 쌓은 축대에는 배부름 현상이 있고 덧씌운 콘크리트에는 균열이 보인다.
전성수 구청장을 비롯해 서초구 관계자와 전문가를 비롯해 자율방재단 민관응급복구단 등 인근 주민 20여명 이상이 현장에 모였다. 서초구가 사물인터넷 기반 감지기를 설치해 기울기와 균열 여부를 일상적으로 계측하는 곳이다.
16일 서초구에 따르면 구는 얼었던 지반이 녹으면서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해빙기를 맞아 ‘주민참여형 합동 점검’을 실시한다. 재난·안전 민간단체와 안전에 관심있는 인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구는 “7개 부서가 협업해 260여곳을 집중 점검 중인데 총괄부서에서 한번 더 살피고 있다”며 “공공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주민들 관심을 촉구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서초3동과 반포4동을 시작으로 오는 20일까지 약 3주에 걸쳐 14개 동을 순회한다. 동네 구석구석을 잘 아는 주민 350여명이 참여한다. 각자 거주지 인근 옹벽이나 다중이용시설 등을 구청장·전문가와 함께 살피며 균열이나 파손, 벽체변형 발생 여부 등을 확인한다.
지난 2024년 도입한 사물인터넷 계측기가 부착된 곳을 주 점검 대상으로 정했다. 낡은 시설물을 집중적으로 살피는 동시에 첨단기술을 도입한 안전관리체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주민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구는 행정안전부 예산을 확보해 30년 이상 된 교량 옹벽 건축물 등 75곳에 277개 계측기를 설치했다. 방배동 빌라 지하에 사는 진원영(54)씨는 “해빙기나 우기 때면 불안해서 잠 못 이룬 적이 많은데 언젠가 기계를 설치하더니 분기별로 점검을 나오니 안심이 된다”며 “주민인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방배본동에 앞서는 반포2동 주민들이 준공된 지 50년 가까이 된 신반포상가를 살폈다. 건물 3층에 설치된 계측기를 눈으로 확인하고 현재 상황에 대한 전문가 설명을 들었다. 전성수 구청장은 “동네를 손금 보듯 훤히 알고 있는 주민들이 함께 지켜야 한다”며 “모두가 함께 살피고 ‘감’을 발휘해 달라”고 강조했다.
주민들도 지역 안전을 함께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김정옥 반포2동 자율방범대장은 “몰랐던 부분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안심이 된다”며 “구에서 세밀히 신경쓰고 있는 만큼 주민들도 손과 발이 되겠다”고 말했다. 최소영 방배본동 통장은 “정부 예산을 따내 재난 예방에 아낌 없이 투자하고 민원이 들어오기 전에 살피는 모습에 감동받았다”며 “주민들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석구석 살피겠다”고 전했다.
서초구는 주민참여형 합동 점검을 통해 자칫 놓칠 수 있는 세세한 생활 불편사항까지 찾아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민들이 위험 요소를 찾아내면 즉시 관련 부서에서 대처에 나설 방침이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첨단기술과 주민들의 세심한 관심이 합쳐져 가장 강력한 지역 안전망이 구축될 것”이라며 “빈틈없는 현장 점검을 통해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주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