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형숙박시설 ‘주거가능’ 착오 인정 어렵다
‘거주’ 광고에도 숙박시설 정보 함께 제공
대법 “주거용 사용 불가 인식 상태 계약”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시행사 홍보에 착오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수분양자들이 계약금 반환을 요구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착오를 인정한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분양 광고에 일부 ‘거주’ 표현이 사용됐더라도, 건물이 숙박시설이라는 점과 주거용 사용 제한이 명시돼 있었다면 수분양자가 이를 인식한 상태에서 계약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분양 계약자 주 모씨 등 4명이 생숙 시행사 A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 1월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단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계약자들은 2021년 1~2월 서초구의 한 생활숙박시설 분양계약을 체결한 이들로, 각 호실당 계약금 4000만~8000만원을 지급했다.
흔히 ‘레지던스’로 불리는 생활숙박시설은 건축법상 숙박시설 용도의 건축물로, 장기 투숙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취사 가능 숙박시설로 2012년경 도입됐다. 이후 주거용 사용 가능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고, 국토교통부는 2021년 1월 생활숙박시설을 주택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어 같은 해 5월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생활숙박시설은 숙박업 신고 대상 시설임이 규정됐다.
계약자들은 분양사가 계약 당시 실거주 가능하다는 허위 홍보를 해 착오를 일으켰으므로 계약금을 반환해달라고 2023년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항소심은 일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은 분양 광고와 분양대행사 상담 과정에서 실거주가 가능한 것처럼 홍보가 이뤄졌고, 생숙을 숙박업 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금지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분양 홍보물에 ‘주거’, ‘거주’ 등의 표현이 일부 사용되긴 했지만 동시에 해당 건물이 주거 건축물과의 차이를 비교적 상세히 안내했다고 봤다. 홍보물에는 ‘법적 용도는 숙박시설’ ‘숙박업·부동산 임대업 가능’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전매 제한 없음’ ‘1가구 2주택 규제와 무관’ 등 생숙의 특성이 함께 설명돼 있었다는 것이다.
또 계약서 표지에도 건물 용도가 ‘생활숙박시설’로 명시돼 있고, 계약서 제22조에는 ‘생활형숙박시설 이외의 용도로 사용함에 따라 발생하는 불이익은 수분양자의 부담이며 시행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대법원은 “생활형숙박시설은 제도 도입 당시부터 건축법상 영업시설에 해당해 용도 변경 없이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법규상 금지된다”며 “이 사건 계약 당사자들은 건물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음을 인식한 상태에서 분양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는 것이 논리와 경험칙, 사회 일반의 상식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분양자들이 주장한 착오에 따른 계약 취소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며 파기 환송했다.
한편 서울고등법원도 이런 대법원의 파기 환송 취지에 맞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합의18-2부(박선준 부장판사)는 지난 6일 수분양자 이 모씨 등 3명이 주식회사 더지젤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에서 이씨 등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1심인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2부는 지난해 1월 더지젤이 이씨 등에 대해 계약금 1억7700여만원을 반환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바 있다.
사건은 서울 서초구 일대 생활형 숙박시설 분양과 관련해 발생했다. 이씨 등은 2021년 2월 해당 시설을 분양받으면서 계약금을 지급했지만 이후 생활숙박시설이 주거용으로 사용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계약 취소와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다.
이씨 등은 분양 과정에서 시행사측이 실거주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홍보했다며 이는 계약 체결의 중요한 동기에 해당하는 착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선일·박광철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