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와 확전…호르무즈에서 갈리는 전쟁의 향방

2026-03-17 13:00:01 게재

하르그 섬이 새 뇌관 부상

확전 불씨, 홍해로 번지나

이란 전쟁이 3주째로 접어들면서 전선의 중심은 호르무즈 해협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여전히 이란 전역의 수백 곳을 공습하고, 이란도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전쟁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는 세계 에너지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누가 실질적으로 쥐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16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이란은 상선을 위협하고 일부 선박을 공격하면서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 이 여파로 세계 원유 공급의 약 15%와 카타르산 LNG 수출(세계의 20%)이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은 해협 재개를 공언했지만 관철하기는 쉽지 않다. 해협은 가장 좁은 곳이 54km(35마일)에 불과하고 양안이 산악지형이어서, 이란의 공격 위협만으로도 선사와 보험사들이 항해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지상군 투입도 현실성이 낮다. 결국 미국은 해상 호위, 제한적 공습, 우회 수송망 보호 같은 간접 대응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방식의 확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장 주목받는 곳이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기지인 하르그 섬이다. 미국은 이미 이곳의 군사시설을 타격했다. 다만 하르그 섬을 점령하거나 원유 터미널을 마비시킬 경우, 대부분 중국으로 향하는 이란 원유 수출에도 직접적인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국제 유가를 더 자극하고 전쟁 장기화 부담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전술적 점령이 전략적으로 판세를 바꿀지는 불투명하다.

시장 충격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아시아 일부 국가는 냉방 축소와 공무원 주 4일 근무 같은 비상조치에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우회 송유관으로 충격을 일부 완충하고 있지만, 바레인·쿠웨이트·카타르는 대체 경로가 사실상 없다. 걸프 지역 내부에서도 국가별 대응 여건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문제는 이란이 호르무즈 밖에서도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란은 사우디 석유시설과 UAE 푸자이라를 겨냥한 드론 공격을 시도했다. 앞으로는 사우디 송유관이나 홍해 항로까지 위협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예멘 후티 반군이 다시 홍해 선박 공격에 나설 경우, 단 한 차례의 공격만으로도 시장 불안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압박은 걸프 국가들을 전쟁에 직접 끌어들일 위험도 안고 있다. 사우디는 자국 석유시설 공격을 레드라인으로 못 박은 상태다. 결국 미국은 호르무즈를 쉽게 열 방법이 없고, 이란도 해협 봉쇄만으로 미국의 전쟁 의지를 꺾기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전쟁의 무게중심이 군사 충돌을 넘어 에너지 수송로와 산유국 안보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경고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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