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디젤값 5달러 육박…트럭운송·농가 “버티기 어렵다”

2026-03-17 13:00:06 게재

호르무즈 봉쇄 여파로

한달 새 37% 치솟아

식료품·건설비 상승 압력

미국에서 디젤 가격이 갤런(약 3.8리터)당 5달러에 가까워지면서 트럭 운송업체와 농가의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이 줄면서 물류와 농업 비용이 동시에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1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평균 디젤 가격은 17일(현지시간) 기준 갤런당 4.9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37% 오른 수준으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미국 자동차협회 AAA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공급이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디젤은 화물 운송과 농기계에 필수적인 연료다. 가격이 오르면 물류비와 농업 생산비가 동시에 상승해 식료품과 건설 자재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휴스턴대 에너지경제학자 에드 히어스 교수는 “디젤 가격은 급등한 뒤 천천히 내려오는 특징이 있다”며 “현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전쟁을 끝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이미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 운송업체 스트롱팩트 트러킹의 최고경영자 카림 밀러는 “운송비가 오르면 식료품과 건설 자재 등 모든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며 “하루 약 100갤런(약 380리터)을 쓰는데 가격 상승으로 주당 약 750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농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북미 지역에서는 봄 파종 시즌이 시작되며 트랙터와 펌프 등 대부분의 농기계가 디젤을 사용한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 농가들은 2024년 한 해 약 100억달러를 디젤 연료에 지출했다.

몬태나주의 목장주 월터 슈바이처는 “높은 연료비와 비료 가격, 낮은 농산물 가격이 겹치면서 더 많은 농가가 파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농업연맹(American Farm Bureau Federation)에 따르면 미국 농가 파산 건수는 2025년에 46% 증가했다. 농가들은 현재 어떤 작물을 심어야 손실을 가장 적게 볼지 계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유 설비의 노후화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에는 현재 132개의 정유시설이 있지만 대부분 오래된 설비로, 최근에는 일부 정유공장이 폐쇄되면서 공급 여력도 줄어든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텍사스 브라운즈빌에 1977년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대형 정유시설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가동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단기간에 디젤 가격을 안정시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양현승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