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 속에 뜨는 미국 에너지주
중동위험 노출이 투자 변수
LNG 수출확대로 시장 변화
유가가 지정학적 긴장 속에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미국 에너지 대형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엑슨 모빌(XOM), 코노코필립스(COP), 옥시덴털 페트롤리엄(OXY)은 미국 에너지 산업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자주 비교된다.
여기에 최근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변수는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확대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벤처 글로벌(VG)이 거론된다.
먼저 자유현금흐름 수익률(시가총액 대비 기업이 창출하는 현금비율)을 보면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이 가장 높은 편이다. 시장 추정치를 기준으로 엑슨 모빌은 약 6~7%, 코노코필립스는 7~8%,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은 8~9% 수준으로 평가된다.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의 현금흐름 수익률이 높은 이유는 사업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이다. 엑슨 모빌은 정유와 화학 사업까지 포함한 통합 에너지 기업인 반면, 코노코필립스와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은 원유와 가스 생산 중심 구조다. 이 때문에 유가 상승 시 현금흐름 증가 폭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주주환원 정책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엑슨 모빌은 배당 중심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배당수익률은 약 2%대 후반이며 40년 넘게 배당을 늘려온 대표적인 배당 성장 기업이다. 동시에 연간 약 2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코노코필립스는 기본 배당 외에 변동 배당 제도를 운영한다. 유가가 높을 때 추가 배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자사주 매입 규모 역시 연간 100억달러 안팎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은 과거 대형 인수 이후 늘어난 부채 부담으로 배당이 상대적으로 낮다. 현재 배당수익률은 약 1%대 수준이다. 대신 현금흐름을 활용한 자사주 매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약 3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다.
재무구조를 보면 엑슨 모빌과 코노코필립스가 비교적 안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두 기업 모두 부채 수준이 낮고 재무 여력이 충분해 경기 변동에도 대응력이 높다는 평가다. 반면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은 최근 몇 년간 부채를 빠르게 줄이고 있지만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는 두 경쟁사보다 다소 취약하다는 분석이 많다.
중동 지역 위험 노출도 역시 중요한 변수다. 엑슨 모빌은 글로벌 프로젝트가 많아 중동 사업 비중도 일정 수준 존재한다. 카타르 액화천연가스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코노코필립스는 생산의 상당 부분이 미국과 알래스카, 북해 등에 집중돼 있어 중동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역시 미국 중심 기업이다. 생산 대부분이 미국 퍼미안 분지에서 나오며 중동 사업은 오만과 아랍에미리트 일부 프로젝트 정도에 그친다.
여기에 최근 투자 논리로 부상하는 것이 미국 LNG 수출 확대다.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으며 유럽과 아시아의 가스 수요 증가로 수출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벤처 글로벌은 일종의 ‘숨은 카드’로 평가된다. 루이지애나에서 LNG 수출 터미널을 운영하거나 확장 건설 중이며 장기 계약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LNG 사업은 원유 생산과 달리 장기 계약 기반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한다는 특징이 있다.
결국 투자 관점에서 보면 네 기업의 성격은 서로 다르다. 엑슨 모빌은 안정적인 배당과 재무구조를 갖춘 대형 에너지 기업, 코노코필립스는 효율적인 생산 구조와 균형 잡힌 주주환원 정책을 가진 현금흐름 중심 기업,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은 유가 상승에 민감한 고변동 에너지 기업으로 평가된다.
전쟁이 장기화될지 단기전으로 끝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에너지 가격 변동성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지역 위험 노출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하나의 대응 전략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