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앞 여당, 23년전 ‘이라크 파병’ 악몽 소환
2003년 진보진영 분열, 여론 악화 직면
미국 파병 요구에 결국 비전투병 파병
지방선거 앞두고 상황관리 고심 불가피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이 가장 고심하는 대목은 여론이다. ‘파병’은 곧 ‘국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고 이는 곧바로 표심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2003년 노무현정부 이라크 파병때도 진보진영내에 파병반대파와 (한미 동맹을 위한 불가피한) 파병 찬성파로 나뉘었다”면서 “전략적 모호성으로 시간을 끌면서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과거 2003년의 비전투원 파병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 여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문제를 돌이켜본다”며 “처음부터 지지층이 격렬하게 분열하며 논쟁하여 정부에 큰 부담이 됐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 강하게 압박하면 그 요구를 완전히 거절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했다.
2003년 당시 한국갤럽이 만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 결과(3월 18일 조사) 국민의 81.3%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어 전투병 파병에도 75.5%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비전투병 파병’엔 과반인 54.2%가 ‘동의’ 했다. 한국갤럽은 “미국이 내세운 정당성이 국제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세계적으로 반전 여론이 거세지는 상황에 대한 한국민의 인식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며 “(비전투병 파병 비율이 높은 것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 미국의 지원 요구에 대한 인식과 지금까지의 파병지원 관행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노무현정부때의 어려움을 반면교사 삼아 대응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 의원은 “지금 중요한 것은 감정적 구호나 성급한 입장 경쟁이 아니라 냉정한 국익 판단”이라며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익을 지키는 신중한 판단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그래야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협상력도 높아진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자 나온 이라크 파병 논의와 결정은 노 대통령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13년 1분기(2월과 3월) 지지율이 60%였고 2분기엔 40%로 하락하더니 3분기엔 29%, 4분기엔 22%까지 추락했다. ‘이라크 파병’ 논란이 임기초반 지지율 하락의 서막을 알렸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70여일 앞두고 있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와 관련해 “아주 신중하게 대처하려 한다”며 “한미 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충분한 논의를 한 뒤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정확한 미국에서의 입장이 우리한테 전달돼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박준규·김형선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