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가족들 놀이하면서 마음건강↑
관악구 돌봄부담·스트레스↓ 자조모임
주민이 재능기부…인지기능 강화 지원
“구청장님이 도와줘야 하는데 다 가져가시네.” “아유~ 좀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낯을 가리시더니 선수가 따로 없네요.”
서울 관악구 청룡동 관악구청 별관 치매안심센터.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 7명과 박준희 구청장이 네명씩 짝을 지어 놀이에 한창이다. 12간지가 그려진 카드를 한장씩 내놓으면서 같은 그림이 나오면 가져가는 ‘땡이야’ 놀이다. 직전까지 치매를 앓고 있는 가족에 대한 안타까움과 돌봄 부담을 토로하면서 눈물까지 보이던 가족들이 탁자 위에 있는 종을 신나게 두드리며 큰 소리로 웃고 즐긴다. 가족들은 “마음도 확 풀리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18일 관악구에 따르면 구는 치매환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자조모임을 꾸려 ‘실버 인지 보드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자조모임을 통해 가족들은 서로를 정서적으로 지지하면서 돌봄부담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양한 정보를 나눈다.
지난 2021년부터 매달 두차례 모여 뜨개질을 하는 ‘늘봄’이 그 중 하나다. 그동안 가로수 옷 입히기 등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해 왔는데 올해는 수세미 등 소품을 제작해 치매환자 가정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달 들어 또다른 자조모임 ‘더봄’을 꾸렸다. 가족 8명이 매달 1·3주 목요일 오후에 모여 ‘실버 인지 보드게임’을 한다. 새로운 놀이문화를 체험하고 소통하면서 심리적으로 치유하는 시간을 갖는 동시에 인지기능을 강화하도록 구성했다. 박준희 구청장은 “지난해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호응이 높았다”며 “환자들이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간동안 보호자와 가족이 무료하게 기다리기만 할 게 아니라 편히 쉬어가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서로의 상황부터 공유했다. 2년 전 치매진단을 받은 배우자를 돌보는 남편,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동생과 3년째 살고 있는 언니, 자신도 치매 전 단계인데 보다 심각한 남편과 함께 치매안심센터를 이용하는 아내 등 사정도 제각각이다. 공통의 어려움을 안고 있는 주민들은 센터에서 알게 된 비밀을 지키고 본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다른 사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서약을 한 뒤 자조모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관악구 주민인 유경희(63) 강사가 박수 치기부터 웃음·노래 치료에 이어 보드게임을 진행한다. 서울시 50플러스센터 강사로 활동했던 유씨는 이웃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자처했다. 실버 인지 보드게임은 기억력 집중력 공간지각력 등 인지 능력을 향상시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고 정서적 안정감과 즐거움 성취감을 더하는 프로그램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박 구청장은 “강사님의 자발적인 봉사활동으로 예산 투입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감사를 전했다.
관악구는 민선 8기에 앞서 21개 동 전체를 ‘치매안심마을’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치매에 대한 인식을 높여 지역사회 전체가 치매 환자와 가족을 품도록 한다는 취지다. 지난달 4개 동을 치매안심마을로 지정하면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도시 전체가 치매안심마을이 됐다. 115개 치매안심 경로당, 267개 치매안심가맹점, 치매극복 선도단체 170개 등 치매 안전 협력망도 촘촘하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지난 2024년 치매극복의 날 유공자 정부포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야외형 인지프로그램 ‘치매안심노리터’로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 행정대상을 수상했다”며 “치매로부터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치매안심 관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