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도와라” “필요없다” 널뛰기
동맹국과 호르무즈 파병 갈등 … 나토 균열과 ‘비용 분담’ 재편 신호
이번 발언의 핵심은 ‘이중 메시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대이란 작전에 동의하면서도 실제 참여를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공개적으로 지목하며 불만을 드러낸 점은 이례적이다.
동시에 그는 “우리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동맹의 군사적 기여를 실제로 필요로 하기보다는 참여 의지를 시험하고 정치적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 전략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부터 나토를 “일방통행”이라고 비판하며 방위비 문제를 제기해 온 맥락과도 맞닿아 있다.
유럽 동맹의 신중한 태도 역시 주목된다.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국은 중동 분쟁에 직접 개입할 경우 정치·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판단한다. 에너지 가격 급등, 난민 문제, 국내 여론 등을 고려할 때 군사 파병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 계산이다. 미국이 이란 문제를 글로벌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는 것과 달리 유럽은 지역 분쟁 성격으로 보는 인식 차이를 반영한다.
반면 중동 국가들은 이해관계가 다르다. 이란의 직접적인 공격을 받은 아랍에미리트(UAE)는 미국 주도의 해협 보호 구상에 동참 의사를 밝히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위협의 거리’에 따라 동맹의 행동이 달라지는 전형적 사례로 볼 수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동맹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유럽의 비협조를 강하게 비판하며 “동맹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단순한 외교 갈등을 넘어 미국 정치권 전반에서 동맹 구조 재검토 움직임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문제는 이러한 압박 외교가 장기적으로 동맹 신뢰를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나토는 단순한 비용 분담 체계를 넘어 정치적 연대와 전략적 신뢰를 기반으로 유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래’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이번 사안 역시 비용과 기여를 둘러싼 협상 프레임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과의 정상회담 재개도 언급했다. 그는 이달 말로 예정됐던 중국 방문과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는 (중국과) 회담 일정을 다시 잡고 있다”고 밝혔다. 또 “중국과 협의 중인데 그들은 (연기에) 동의했다”며 “그래서 약 5주나 6주 후에 회담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동 전쟁과 미중 경쟁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움직이는 상황에서 미국은 동맹 압박과 대중국 협상을 병행하는 다층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