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글로벌 항공업 판도도 바꾼다
중동 항공 마비 속 유럽·아시아 항공사 반사이익
이란 전쟁이 글로벌 항공 산업의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중동 항공사들의 운항 차질과 유가 급등이 맞물리며 유럽 및 아시아 항공사들이 반사이익을 얻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16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중동 지역이 단순한 에너지 공급지가 아니라 “세계 항공 승객 이동의 핵심 통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 카타르항공 등 이른바 ‘허브 항공사’들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중간 거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전쟁 여파로 상황은 급변했다. 드론 공격 등으로 공항 운영이 차질을 빚으면서 수만 명의 승객이 발이 묶였고, 주요 항공사들은 항공편 취소와 우회 운항에 나섰다. 중동을 경유하던 항공 네트워크가 흔들리면서 글로벌 항공 흐름 자체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공백은 다른 지역 항공사들이 빠르게 메우고 있다. 유럽 항공사들은 아시아 노선을 증편했고,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3월 아시아 노선 예약이 60% 급증했다고 밝혔다. 홍콩 국적 항공사 캐세이퍼시픽 역시 수요 증가 수혜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에서는 한국과 일본, 동남아 항공사들까지 수혜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 등 아시아 항공사들은 중동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직항 노선 중심의 구조를 갖고 있어 운항 차질 영향이 제한적이다.
유가 급등은 또 다른 분기점이다. 전쟁 이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약 10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고, 항공유 가격은 190달러 안팎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항공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비용 압박이 크게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연료비 헤지 전략이 항공사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일부 유럽 항공사들은 연료비를 충분히 헤지하지 않아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진 반면, 아시아 항공사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헤지 비율을 유지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연료비의 절반 수준까지 선제적으로 헤지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노선 구조와 비용 구조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항공 산업 내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모습이다. 중동 항공사들은 환승 수요 기반이 흔들리며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아시아 항공사들은 단기 수요 증가와 비용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다만 전쟁 장기화 가능성은 여전히 변수다. 항공 수요는 과거에도 충격 이후 빠르게 회복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고유가와 경기 둔화가 겹칠 경우 여행 수요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일시적 충격을 넘어 항공 산업의 구조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동 허브 중심의 기존 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아시아 항공사들이 새로운 축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