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비 넘긴 국힘 공관위, 이번엔 대구 컷오프 ‘충돌’
이정현 “호남 출신이 영남 공천 말하면 안 되나” … 의원 ‘용퇴’ 요구
주호영 “호남 출신인 당신이 대구를 얼마나 안다고” … 컷오프 반발
오세훈, 세번째에 후보등록 … “당선되면 대권행, 낙선하면 당권행”
공천 신청을 미뤄왔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등록하면서 서울시장 경선이 맥 빠질 위기를 넘겼다. 공천관리위원회로선 큰 고비를 넘긴 셈이다. 하지만 이번엔 대구시장 공천을 앞두고 현역의원 컷오프 여부가 논란이다.
이정현 공관위원장과 대구 중진의원들이 정면충돌했다.
이 위원장은 18일 새벽 SNS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대구 중진의원들을 맹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어느 의원은 대구시장 공천을 둘러싸고 공관위를 공개 비판했고, 그 과정에서 ‘호남 출신’을 거론하며 지역 정서를 건드리는 표현까지 쓴 것으로 전해진다”며 “공천 관련 저를 향해 인신공격성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것에 대해 저는 피하지 않겠다.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전날 주호영 의원이 “호남 출신인 당신(이정현)이 대구를 얼마나 안다고, 대구를 얼마나 만만하게 봤기에 이런 식으로 대구의 중진들을 짓밟고, 대구를 떠났다가 40여 년 만에 돌아온 사람을 낙하산처럼 꽂으려 하냐”고 비판한 글을 겨냥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저는 호남 출신이 맞다. 저는 수없이 얻어맞고, 수없이 떨어지고, 수없이 모욕을 당해도 호남에서 보수를 지켜왔다. 누군가는 외롭고 불리한 곳에서도 41년째 당을 지키고 있을 때 따뜻한 관심의 말, 눈길, 손길 한 번 준 적이 있냐”며 “그런 제가 영남 공천을 말하면 안 되고, 특정 지역 출신만 특정 지역 공천을 말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맞냐”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대구가 길러준 정치인이라면, 이제는 젊고 창의적이며 미래감각을 가진 새로운 세대에게 길을 열어주고, 본인은 서울시장이든 경기도지사든 중앙정치든 더 큰 무대에서 당과 국가를 위해 뛰는 것이 맞다”며 중진의원들의 용퇴를 거듭 촉구했다.
대구시장에 도전한 현역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주 의원은 “이 위원장과 이진숙 후보는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아야 한다”고 직격했다.
추경호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일한 지난 10년 동안 저는 단 한 번도 국민과 당원이 제게 맡긴 책임을 피한 적이 없다”며 출마 명분을 강조했다. 유영하 의원은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 위원장께서 심장이 멈췄을 때 전기충격기를 써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만약 전압이 너무 높으면 전기 충격을 가해서 감전사로 죽을 수 있다”며 “충격 요건도 좋지만 어느 정도 정당성과 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것들은 필요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당초 대구시장 경선에 출마한 9명 중에서 중진의원과 일부 예비후보를 컷오프한 뒤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과 최은석 의원의 양자 대결을 구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위원장의 18일 SNS 글을 보면 중진의원 배제 입장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진의원들이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한 만큼 이 위원장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 위원장은 18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중진의원들의) 자진사퇴를 기대 안한다. 내가 알아서 하면 된다. (중진의원들은) 알아서 공천 신청하면 되고, 나는 알아서 공천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서울시장이 17일 오후 전격적으로 후보 등록을 마치면서 맥 빠진 서울시장 경선을 걱정했던 공관위는 한숨 돌리게 됐다. 오 시장이 불출마했다면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은 군소후보끼리 경쟁하는 구도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이날 후보 등록을 선언하면서 “장동혁 지도부가 혁신 의지를 포기한 채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서울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하겠다”며 장 대표를 거듭 비판했다.
오 시장은 경선 탈락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예비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우위라는 평가 때문이다. 본선 전망은 밝지 않다.
오 시장측에서도 불과 0.6%p 차로 신승을 거뒀던 2010년 지방선거의 재현을 기대할 정도다. 다만 대역전극을 펼치면서 5선에 오른다면 오 시장의 몸값은 치솟으면서 2029년 대선주자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만약 패한다고해도 책임론은 당과 지도부를 향할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 뒤 전당대회에서 장 대표와 당권 경쟁을 벌이는 시나리오가 점쳐진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