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단독 개헌안 내나…이 대통령, ‘지선 동시 개헌’ 불씨 살려
‘1단계 최소한 개헌’ 우원식안 손 들어줘
호남 5.18과 영남 ‘부마항쟁’ 동시 전문에
국민의힘, ‘내용’ 아닌 ‘시기’ 거론 ‘반대’
18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대통령도 개헌에 대한 의지를 밝힌 만큼 개헌특위 구성이 어렵다면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개헌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논의하는 과정은 당연히 진행되겠지만 시간이 촉박한 만큼 단독으로라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5.18 민주화 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 비상계엄의 국회 사전 승인 의무화, 지역분권 명시 등 3가지 방안을 여야가 이견이 없는 ‘최소한의 수준’이라고 보고 먼저 이를 토대로 개헌을 추진하는 ‘단계적 개헌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3월 17일까지 개헌특위 구성, 4월 7일까지 개헌안 발의’ 일정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개헌 내용이 아닌 시기를 문제 삼으면서 우 의장이 제안한 ‘지방선거와 동시 국민투표 개헌안’에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선거용 개헌정치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고 정점식 정책위의장도 “개헌 논의를 진행할 적절한 시기는 지방선거 이후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이 대통령이 전날 우 의장의 단계적 개헌에 손을 들어주면서 여당이 태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회의장께서 국민이 동의하는 의제부터 순차적으로 개헌하자 말씀하셨는데,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갖고 좀 진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될 것 같다”며 “정부가 개헌을 주도해서 할 단계는 아직 아닌 것 같지만, 정부 차원에서 공식 검토를 하고 입장도 정리해 가면 좋겠다”고 했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법무부도 개헌 과제에 대한 법리 검토에 본격 착수하겠다”며 “법무부는 법무행정 주무부처로서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하며 필요한 사항을 충실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어 한발 더 나가 “5.18 정신의 헌법 전문수록, 계엄 요건의 엄격화, 지방분권의 확대 등 다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의제들이 새 헌법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지원을 제공하겠다”며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고 국민 공감대가 있는 개혁과제들도 발굴해 헌법에 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박주민, 한준호, 박찬대 의원 등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헌 찬성’ 입장이 쏟아져 나왔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개헌특위는 우 의장이 주도적으로 추진 중인데, 민주당은 준비가 다 됐지만 국민의힘 합류가 필요해서 보조를 맞추는 쪽”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야당 반대로 개헌특위가 만들어지기 어렵다면 이 대통령과 우 의장의 안을 종합한 여당안을 만들어 발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개헌안이 나온 상황에서 마냥 국민의힘의 반대에 밀려 개헌을 포기해야 하느냐”면서 “여당안을 일단 내놓고 진행하는 방안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우 의장안에 찬성하는 민주당 등 진보진영과 개혁신당이 손잡고 먼저 개헌안을 내놓고 국민의힘과 협상을 진행하는 ‘플랜B’가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통령이 개헌에 사실상 개입하면서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의 반발이 더욱 거세져 오히려 개헌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문재인정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야당의 반대 기류가 더욱 강해진 바 있다. 지난 12일 우 의장 역시 MBC라디오에 나와 “전에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개헌안을 냈었는데 대통령이 내니까 국회에서 여야 갈등이 훨씬 더 심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또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에 들어가면 투표율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투표율이 오르면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는 개헌에 실패하더라도 국민의힘의 반대로 개헌이 좌초되면 지방선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나 ‘부마항쟁’ ‘지방분권’에 대한 반대입장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의 입장’을 최종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개헌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도 나온다.
박준규·김형선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