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인기에 자치구 문화유산 ‘재조명’
은평구 금성대군의 ‘금성당’ 전시해설
중랑구 왕방연 사연 품은 ‘먹골청실배’
종로구에서는 정순왕후 기리는 문화제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관람객이 1300만명을 돌파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자치구도 일명 ‘숟가락 얹기’로 지역 문화자원을 알리고 있다. 은평구는 금성대군을 모시는 금성당을 적극 홍보하고 나섰고 중랑구는 단종과 그를 유배지로 호송했던 금부도사 왕방연의 사연을 품은 중랑천과 먹골청실배를 활용한 홍보물을 만들었다. 종로구는 다음달 단종의 비인 정순왕후를 기리는 문화제를 연다.
19일 은평구에 따르면 구는 진관동 국가민속문화유산 ‘금성당’에서 금성대군의 충의 정신과 민속 신앙을 소개하는 전시와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금성대군은 조선 4대 임금인 세종대왕의 여섯째 아들로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 사사됐다. 이후 충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민간 신앙 속에서 신격화됐다.
금성당은 ‘금성대군 신앙’을 간직한 곳으로 한국 민속문화와 지역 신앙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구는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매주 수~금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전시 해설을 진행한다. 금성당의 역사와 금성대군 신앙, 무신도(巫神圖)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인근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서는 금성당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조명하는 기획전시 ‘안녕, 금성당’을 다음달 12일까지 진행한다. 전시와 연계해 현장 탐방도 한다. 박물관에서 전시 해설을 들은 뒤 금성당에 방문하는 ‘우리동네 문화유산, 금성당’이다.
앞서 김미경 구청장은 ‘왕사남’ 관객이 1000만명을 돌파했을 때 누리소통망에 글을 올리고 “주인공 단종과 엄흥도의 이야기도 감동적이지만 특히 이준혁 배우가 연기한 ‘금성대군’이 저릿하게 남았다”며 금성당을 소개했다. 김 구청장은 “왕사남 촬영지를 보러 멀리 갈 것 없이 우리 동네 금성당을 한번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며 “왕사남과 더불어 금성대군도 많이 사랑해달라”고 밝혔다.
중랑구는 최근 누리소통망에 “요즘 화제인 ‘왕과 사는 남자’ 덕분에 중랑구도 슬쩍 숟가락을 얹어 본다”며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삽화를 올리고 구 누리집 ‘문화유적’과 연동시켰다. 단종과 왕방연의 사연은 신내동 ‘먹골배 시조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구에 따르면 왕방연은 호송 당시 목말라하던 단종에게 물 한그릇 바치지 못했던 데 한이 있었다. 관직을 그만두고 봉화산 자락에서 배나무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사방으로 번식되면서 중랑구 일대가 온통 배 밭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현재 묵동인 먹골에서 재배된 ‘청실배’는 이후 왕실 진상품에 선정됐다.
종로구는 다음달 18일 숭인근린공원 동망봉에서 ‘정순왕후 문화제’를 진행한다. 정순왕후의 삶을 위로하는 추모의식과 함께 천연염색 공예 등 그의 일상을 담은 놀이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단종 2년(1454년) 왕비로 책봉된 정순왕후는 세조가 왕위를 찬탈한 뒤에는 숭인동에 있는 동망봉(東望峰) 아래 기거했다. 왕후는 매일같이 봉우리에 올라 단종 유배지인 강원도 영월 방향을 바라보며 기도를 했다고 알려져 있다.
시녀들과 함께 옷감에 자주색 물을 들여 댕기 옷고름 끝동 등을 만들어 팔았던 ‘자줏골’, 정순왕후 사정을 알게 된 인근 주민들이 푸성귀를 공급하기 위해 열었던 여인채소시장(女人菜蔬市場), 단종과 마지막으로 헤어진 ‘영도교’ 등 다양한 흔적도 숭인동 일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종로구는 “정순왕후의 강인한 삶을 재해석해 역사적 가치를 복원하고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는 지역 대표 문화 행사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