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공천 파동 겹친 국힘…“차라리 불출마” 선거 포기하나
서울시 A의원 “거리 나가면 냉기만, 불출마 고민하는 동료 여럿”
TK·강남 빼곤 전국 대부분 지역 ‘인물난’, 공천 신청 1~2명 그쳐
6.3 지방선거가 76일밖에 남지 않은 19일 서울시의회 A의원(국민의힘)은 깊은 한숨과 함께 고민을 털어놨다. “선거운동이랍시고 거리에 나가보면 냉기만 느껴진다. ‘꼴도 보기 싫다’고 소리친다. 당원들은 ‘탈당하겠다’고 한다. 정말 심각하다. 동료(의원)들 중에서 불출마를 고민하는 사람이 여럿 있다. 나도 분위기가 계속 이렇게 간다면 불출마를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핵심관계자는 “(서울시의회 의원 중) 10여명이 불출마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지역 구청장 몇 군데는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아예 없다”고 전했다.
지방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이 비관론으로 뒤덮인 모습이다. 당 지도부와 친한계(한동훈)·소장파·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뒤엉킨 내홍이 장기화되고, 대구·부산·충북 등 전국 곳곳에서 공천 파동이 잇따르면서 당 지지율이 추락하자, “지방선거는 해보나마나”라는 절망감이 앞서고 있는 것이다. 현직 단체장과 지방의원 사이에선 “차라리 불출마하는 게 낫겠다”는 고민이 엿보이고, 예비주자들은 줄지어 출마를 포기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를 시작도 못해보고 자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광역단체장과 인구 50만명 이상 기초단체장 공천 신청 현황을 보면 TK(대구·경북)와 서울 강남권을 제외하곤 지원자가 극히 드물다. 예비주자들이 대거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대구 9명, 경북 6명이 공천 신청을 했지만 인천(1명) 경기(2명) 대전(1명) 부산(2명) 울산(2명) 경남(2명) 세종(1명) 전북(1명) 제주(1명)는 1~2명에 그쳤다. 전남과 광주는 아예 없었다. 이 같은 현상은 인구 50만명 이상 기초단체장 현황에서도 비슷했다. 경북 포항시(11명)와 서울 강남구(15명)에는 지원자가 쏟아진 반면 수원시(2명)와 성남시(2명), 안양시(2명), 평택시(2명), 안산시(2명), 김포시(2명), 김해시(1명), 관악구(2명) 등에서는 지원자를 찾기 힘들었다. 당선이 유력한 TK·강남권과 당선이 불투명한 비TK·비강남권이 대조적인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지방선거와 같은 날 치러지는 재보궐선거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에 등록한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2명뿐이다. 중앙정치에서 이름을 알린 유력인사는 없다. 이 대통령 지역구라는 위세에 눌려 국민의힘 출신 인사들은 도전장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강훈식 비서실장 지역구인 충남 아산을도 마찬가지다. 3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민주당 후보에 맞서 의석을 탈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전북 군산·김제·부안갑에는 1명만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경기 안산갑에도 1명만 나섰다.
그나마 경기 평택을에는 국민의힘에서 3명, 자유와혁신에서 1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소속 유의동 예비후보는 3선 의원 출신으로 국민의힘 깃발을 들고 나선 예비후보 중 가장 무게감 있는 인사로 평가 받는다. 재보선 지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부산 북구갑에는 박민식 전 보훈부장관이 일찌감치 뛰고 있다. 박 전 장관은 북구갑에서 재선을 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9일 “계엄과 탄핵 이후 당이 1년 넘게 집안싸움만 하고, 최근에는 표 줄 국민은 생각도 안하는데 우리끼리 공천 놓고 큰소리 내면서 지방선거는 해보나마나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분위기”라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출마할 생각을 하겠냐”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늦었지만 선거 이후 당 해체로까지 내몰리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반전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당 지도부는 뒤로 물러서고 혁신 선대위라도 띄워서 마지막 호소를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경용·이제형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