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원유 제재 풀고 비축유 더 푼다
유가 급등에 총력 대응 나서
실물 공급으로 가격 낮춘다
베센트 "선물시장 개입 안해"
미국이 중동 전쟁으로 급등한 국제 유가를 억제하기 위해 이란산 원유 제재 완화와 전략비축유 추가 방출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금융시장 개입은 배제하고 실물 공급 확대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 네트워크에 출연해 해상에 묶여 있는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 해제를 시사했다. 그는 “앞으로 며칠 내로 해상에 있는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며 물량이 약 1억4000만배럴 규모라고 밝혔다.
베센트 장관은 이 조치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이란산 원유를 활용해 이란을 견제하면서 향후 10~14일간 유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물량은 단기 공급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도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정부의 시장 개입 방식과 관련해 “우리는 금융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 실물 시장에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며 “우리는 선물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산 원유 일부에 대해서도 제재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3월 12일 이전 선적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4월 11일까지 운송과 판매를 허용했다. 이란과 러시아 원유를 동시에 풀어 공급을 확대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베센트 장관은 현재 상황을 ‘공급 충격’으로 규정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하루 1000만~1400만배럴의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란과 러시아 원유를 합치면 약 2억6000만배럴의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그는 “이는 약 3주간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전략비축유(SPR) 카드도 꺼냈다. 그는 “사상 최대 규모인 4억배럴 방출이 승인됐다”며 “필요하면 미국이 단독으로 추가 방출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접근 방식은 군사적 충돌과 에너지 공급을 분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베센트 장관은 “우리는 이란 에너지 인프라는 공격하지 않았다”며 공급 유지와 압박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국제공조도 언급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아시아 동맹국들이 직접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보호하는 연합체가 형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유가 급등이 미국 경제와 정치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단기 공급 확대가 구조적인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공급 안정 효과 역시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