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시장 단기투기성 거래 확대…금감원, 투자유의 ‘경고’

2026-03-23 13:00:01 게재

당국, 비정상적 거래 패턴 확인

상장 급감, 합병 성공률 반토막

기업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시장에 대해 금융당국이 투자 유의를 경고하고 나섰다. 상장 건수와 합병 성공률이 동시에 하락하며 시장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 첫날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널뛰는 ‘투기적 양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상장된 스팩은 총 2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45건), 2023년(37건), 2024년(40건)과 비교해 확연히 줄어든 수치다.

전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스팩이 차지하는 공모금액 비중 역시 2023년 13.4%에서 지난해 5.7%로 크게 뒷걸음질 쳤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스팩의 존재 목적인 합병 성공률은 2024년 68.0%에서 지난해 38.5%로 반토막 났다. 고금리 기조와 기업 가치 평가(밸류에이션)에 대한 눈높이 차이로 인해 스팩이 최종 목적지인 ‘합병 상장’에 도달하지 못하고 상장 폐지되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이다.

시장 규모는 축소되고 있지만, 상장 초기 주가 변동성은 오히려 커졌다. 지난해 상장한 스팩들은 상장 첫날 공모가(평균 2000원) 대비 평균 203%인 4067원까지 치솟았다가, 종가에는 다시 2227원 수준으로 급락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금융당국은 이를 매우 비정상적인 흐름으로 보고 있다. 스팩은 실제 사업을 하지 않고 현금만 보유한 일종의 ‘쉘(Shell·껍데기) 회사’라서, 합병 대상이 정해지기도 전인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2배 이상 폭등하는 것은 기업 가치와 무관한 전형적인 ‘단기 투기’라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이러한 투기적 양상이 지속될 경우 선량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 관계기관과 협의해 강도 높은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팩은 합병 전까지 예치된 현금 가치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며 “상장 첫날 과도한 주가 급등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검토하고, 스팩 제도가 ‘건전한 IPO 통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상장일 가격 제한 폭을 조정하거나, 스팩 투자 위험성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이 포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9년에 도입된 기업인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는 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paper company)다.

공모로 액면가에 신주를 발행해 다수의 개인투자자금을 모은 후 상장한 후 3년 내에 비상장 우량기업을 합병해야 한다. 일반투자자들로서는 스팩 주식 매매를 통해 기업 인수에 간접 참여하는 셈이 되고 피인수 기업으로서는 스팩에 인수되는 것만으로 증시에 상장하는 효과가 있다. 우회상장과 유사하지만 스팩은 실제 사업이 없고 상장만을 위해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라는 점이 다르다.

스팩의 최종 목적은 기업 인수가 아니라 투자 차익이기 때문에 기존 경영진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를 그 기간 안에 합병시키면 투자자들은 비상장이던 우량기업이 상장되면서 가격이 오른 주식을 팔아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지정감사를 받지 않는 만큼 비상장기업 입장에선 IPO에 비해 1년6개월~2년가량 빨리 상장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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