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 끝나도 에너지 충격 수개월
생산 중단·해상 운송 차질 겹쳐 … 전쟁 끝나도 시장 정상화 최소 4개월 걸려
이코노미스트는 22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국제 유가는 전쟁 이전보다 54% 상승했고, 유럽 가스 가격도 85% 급등했다.
문제는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공급이 즉시 정상화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산·수송·정제라는 세 단계 모두에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걸프 지역 산유국들은 이미 하루 1000만배럴 규모의 생산을 줄였으며,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약 10%에 해당한다. 설비 점검과 압력 복구 등을 거쳐 생산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만 최소 2주에서 4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 시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카타르의 라스라판 LNG 시설은 이란의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됐으며 일부 설비는 전체 생산능력의 17%에 해당하는 손상을 입었다. 복구에는 3년에서 5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송도 병목이다. 전쟁으로 선박 보험료가 급등하고 일부 보험은 아예 중단되면서 유조선 운항 자체가 위축됐다. 설령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선박들이 안전을 확인한 뒤 운항을 재개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기존 선박들이 다른 항로로 이동해 있어 원래 경로로 돌아오는 데 최대 90일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제 단계 역시 문제다. 원유 공급이 끊기면서 아시아 일부 정유시설은 가동을 중단했고, 이를 다시 정상화하는 데도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 당장 끝나더라도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가기까지 최소 4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구조적 지연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보도에서 중동에서 출발한 LNG 선박들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이후 세계가 ‘공급 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파키스탄은 LNG 수입의 약 99%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지 LNG 터미널 가동률은 정상의 6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조만간 가스 공급이 완전히 중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키스탄 가스포트 최고경영자 이크발 아흐메드는 “그 이후에는 완전히 바닥날 것”이라며 “다음 물량이 언제 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역시 높은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가스 사용을 제한하고 있으며, 일부 대학은 문을 닫는 등 에너지 부족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만은 대체 물량을 확보했지만 여름철 전력 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공급 불안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아시아 LNG 가격은 전쟁 이후 두 배로 뛰어올랐으며, 일부 국가들은 현물 시장에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과 중국은 석탄과 원자력 발전 비중을 다시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란의 입장에서도 해협 봉쇄는 협상 지렛대로 작용하고 있다. 해상 수송을 차단함으로써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이는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다는 관측과 맞물린다.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시장이 전쟁 종료 이후에도 겨울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중동 전쟁은 단순한 공급 충격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전쟁이 멈추더라도 시장은 곧바로 회복되지 않는다. 물량보다 더 큰 문제는 흐름이 끊겼다는 점이며, 그 흐름을 되살리는 데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