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초대 기획예산처장관 취임…첫 과제는 전쟁추경
오늘 공식 업무 시작 … 유튜브 취임식 뒤 현장 직원들 직접 찾아
‘전쟁 추경’ 가시화 … 국채 발행하지 않고 초과세수로 재원 조달
‘재정개혁 2.0’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 예고 … 미래전략 수립 착수
올해 1월 출범 이후 3개월간 수장 공백 상태였던 기획예산처가 25일 ‘박홍근호(號)’ 닻을 올렸다.
박홍근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은 전날 공식 임명과 함께 이날 취임해 이재명정부의 경제 사령탑으로서 막중한 임무를 시작했다. 박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따뜻하고 유능한 재정운용’을 내걸며, 중동 사태로 인한 민생위기 극복과 국가경제의 체질개선이라는 양면 작전에 돌입했다.
◆취임식, 영상메시지로 대체 = 박 장관은 이날 오후 1시30분 유튜브 중계 형식의 온라인 취임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취임식은 대규모 집합행사 대신 영상 메시지로 대체됐다. 추경 편성 등 현안으로 바쁜 직원들의 업무부담을 줄이고 장관이 직접 직원들을 찾아가 소통하겠다는 박 장관의 실용적 의지가 반영됐다.
앞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박 장관은 스스로를 ‘확장재정의 야전사령관’으로 규정했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우리 경제를 “과거에 안주할 것인지 대도약을 이룰 것인지 결정짓는 중대한 갈림길”이라고 진단했다. 박 장관의 핵심 정책방향은 ‘적극적 재정 역할’과 ‘지속가능성’의 조화로 요약된다. 재정은 위기 때 국민의 삶을 지키는 최후 보루이자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마중물이라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특히 그는 관료 조직의 보수적인 예산편성 관행을 깨고 국가적 우선순위에 따른 전략적 자원 배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실질적인 ‘탑다운(Top-down) 예산제도’를 정착시키고 성과 중심의 평가를 통해 예산 낭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첫 시험대는 전쟁추경 편성 = 박 장관이 마주한 첫 과제는 이른바 ‘전쟁 추경’이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와 공급망 쇼크를 방어하기 위해 정부는 약 25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마련했다.
기획처는 다음 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내달 10일까지 신속히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추경의 가장 큰 특징은 ‘빚 없는 재원조달’이다. 정부는 법인세와 증권거래세 등 예상되는 초과 세수를 활용해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시장 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주요 투입 분야는 세 가지가 거론된다. 첫째 고유가 대응을 위한 유류비·물류비 경감이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과 대중교통 이용객에 대한 환급 혜택 확대가 포함된다. 취약계층 민생 안정에도 추경 재정이 투입된다. 소득 하위 50%를 대상으로 1인당 15만원 안팎의 ‘민생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특히 지방과 수도권 거리에 따른 차등 지원 원칙을 적용해 지역 양극화 해소도 꾀한다. 셋째 청년 고용 지원이다. 실업률 7.7%에 달하는 청년층을 위해 맞춤형 일자리 사업을 대폭 확충한다.
◆미래전략 컨트롤타워 구축 = 단기적인 위기대응을 넘어 박 장관은 ‘재정개혁 2.0’을 통한 국가재정 설계도 재작성에도 나선다. 기획처는 최근 2027년도 예산지침을 통해 재량지출 15%와 의무지출 10%를 절감하는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사업 수의 10%가량을 폐지하는 과감한 혁신안이다.
이렇게 절감된 재원은 △인공지능(AI) 대전환 △저출생 △기후 위기 △지방 소멸 △양극화라는 5대 구조적 리스크 대응에 재투자된다.
박 장관은 기획처를 단순한 ‘곳간지기’에서 벗어나 나라의 20~30년 시계를 그리는 ‘미래전략 사령탑’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지난해 국정기획위원회에 참여해 기획처의 청사진을 직접 그린 인물인 만큼 부처의 정체성 확립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운용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지속가능한 적극 재정의 기틀을 세우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홍근호의 앞날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4월 추경안의 국회통과 과정에서 제기된 야당의 ‘포퓰리즘’ 공세를 정무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또 석유 최고가격제와 같은 강력한 시장개입 조치가 민간 시장에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도록 세밀하게 관리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장관의 정무적 감각과 정책적 전문성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비관료 출신 초대 장관으로서 그가 보여줄 파격과 혁신이 대한민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반등시키고 민생 안정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