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만 아는 민주당 경선 득표율, 유권자 혼란…‘깜깜이 본경선’

2026-03-25 13:00:32 게재

가짜뉴스 유포되고 ‘압승’ 등 미검증 발언도 나와

더불어민주당의 예비경선 득표율 비공개제도가 득표율을 후보자에게만 알려주는 비대칭 공개제도로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당 선관위로부터 자신의 득표율을 전달받은 후보들은 본경선 전략을 짜느라 부산하지만 투표를 해야 하는 유권자에겐 어떤 정보도 주어지지 않은 ‘깜깜이 투표’를 해야 할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정보의 비대칭은 가짜뉴스뿐만 아니라 득표율을 다소 높게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후보자의 발언이 등장하는 등 유권자들의 표심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5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예비경선 득표율의 경우엔 공개하지 않았을 때보다 공개했을 때 더 많은 부작용이 우려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부정행위 등이 나오는 상황이라면 제도개선을 검토해 봐야 한다”고 했다.

전남광주 통합단체장 후보 예비경선 이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득표율’이 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민주당 선관위는 당규에 따라 예비경선 후보 득표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후보자별 득표율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정보가 유포됐다.

그러자 민주당 선관위에서는 지난 22일 “예비경선 결과 발표 이후 공개되지 않은 허위 득표율이 문자메시지로 유포되며 왜곡된 정보로 선거가 혼탁해지고 있다”며 “현재 일부에서 유포되는 예비경선 개표결과 문자메시지는 사실과 다른 명백한 허위정보”라고 했다. 이어 “매우 엄중하게 인식한다”며 “경선 결과 비공개 제도를 악용해 당원과 시도민의 판단을 왜곡하고 경선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한 중대한 선거질서 교란 행위”라고 했다.

민주당 당규 ‘공직선거후보자 추천 및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 규정’의 제43조의 4(예비경선)의 5항에서는 ‘예비경선의 결과는 경선 종료 후에 당선인의 기호 순으로 발표하되, 각 예비후보자의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비경선 득표율 비공개제도는 본경선(2차 경선)이 당원투표가 아닌 ‘당원 50%+일반국민여론 50%’로 진행돼 득표율이 공개됐을 경우 일반국민여론의 표심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도입됐다.

하지만 이같은 비공개 제도가 오히려 가짜뉴스를 유발시키고 예비경선 득표율이 후보자에게만 통지됨에 따라 후보자는 대략적인 전략을 짤 수 있는 반면 유권자는 전략적인 투표를 할 수 없는 ‘비대칭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득표율 비공개’는 예비경선 득표율을 부풀려 인식하게 만들거나 추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발언으로 이어지면서 유권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소병훈 중앙당 선관위원장은 경기지사 예비경선 결과를 발표한 후 “후보자별 득표율, 득표순위가 마구잡이로 돌고 있다. 전혀 사실과 다르니 속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지만 순위를 추정하게 만드는 발언들은 줄지 않고 있다.

후보자들은 ‘깜깜이 득표율’을 활용해 본경선 전략을 짜는 분위기다. 한준호 경기지사 후보는 “1등은 아니다”며 “결선으로 가는 전략으로 준비하겠다”고 했다. 김동연 후보는 “당원의 마음과 함께 더 뛰겠다”며 본경선에서의 지지를 주문했다. 추미애 후보는 본경선 진출을 알리면서 ‘압도적 성원, 압도적 지지’를 내세웠다.

서울시장 예비후보 경선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박주민 후보는 “5일 안에 정책 토론으로 증명하자”며 곧바로 본경선 채비에 나선 반면 정원오 후보는 “압도적 지지로 뜻을 모아주신 당원 동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전현희 후보도 본경선 진출을 알리며 ‘뜨거운 성원, 압도적 지지’를 올렸다. 두 후보가 모두 ‘압도적 지지’를 내세운 셈이다.

선두주자는 ‘압승’을 못 박는 방식으로, 2~3위는 결선을 겨냥해 1등의 ‘과반 득표’를 차단하고 2등으로 올라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 캠프 핵심인사는 “득표율 비공개가 오해와 논란을 빚는다면 득표율을 모두 공개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며 “하지만 1등은 공개하고 싶겠지만 2~3등은 그렇지 않고 또 현재 진행하는 중간에는 제도를 변경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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