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넘긴 노후풍력 5년 내 208기 진입 ‘안전 비상’

2026-03-25 13:00:45 게재

영덕 화재 계기 노후 설비 우려 확산

점검·소방·외주관리 모두 사각지대

설계수명 20년을 넘긴 풍력발전기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경북 영덕 화재로 외주업체 작업자 3명이 숨지면서 재생에너지 설비의 안전관리 공백이 드러났다.

25일 전문가들과 업계에 따르면 설비 노후가 진행되면서 구조 이상과 화재 위험이 함께 커지고 있지만 관련 대책은 여전히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화재 등 사고가 잇따른 영덕군 창포리 풍력발전단지도 설계수명 20년을 넘긴 노후 설비로 분류된다. 풍력발전소 대부분이 민간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인허가 이후 현장 관리에 관여할 수 있는 범위가 좁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영덕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노후 설비가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정부 차원의 관리 체계 정비 필요성이 제기된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년 내 설계수명 20년을 넘기는 풍력발전단지는 22곳, 발전기 기준 128기에 달한다. 이미 20년 이상 가동 중인 발전기 80기를 포함하면 5년 뒤 노후 풍력발전기는 모두 208기에 달한다. 노후 설비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면서 향후 유사 사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설비용량 기준으로는 약 354㎿ 규모가 노후 구간에 들어간다. 이는 2024년 기준 국내 풍력 누적 설비용량 2271㎿의 15.6% 수준이다. 특정 지역 문제가 아니라 전국 풍력발전단지 전반의 공통 위험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노후 설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사고 발생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 관리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영덕 풍력발전단지는 지난달 블레이드 파손으로 타워 구조물이 꺾이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약 한 달 만에 화재로 인명 피해까지 이어졌다. 노후 설비에서 구조적 이상이 반복되다 사고로 이어진 사례로 평가된다.

제도적 대응은 설비 노후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풍력발전기는 3년 주기 정기검사를 받지만 설계수명을 넘긴 설비에 대한 별도 점검 기준은 없다. 노후 설비의 경우 점검 주기 단축과 단계별 관리 기준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 기준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 풍력발전기는 건축물이 아닌 구조물로 분류돼 소방시설 설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화재 감지·진압 설비는 사업자 판단에 맡겨진 상태다. 고공 구조 특성상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이 어렵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유지보수 작업 구조 역시 쟁점이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원청 운영사 직원이 없었고 작업은 외주업체가 수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원청측은 전문 작업 특성상 현장 감독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외주화된 작업 환경에서 안전관리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24일 경북 영덕군 풍력발전단지 내 한 풍력발전기가 검게 그을려 있다. 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사고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다. 작업 과정에서 불꽃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현장 진술도 있어 당국은 설비 결함과 전기적 요인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풍력발전기는 고공 구조물 특성상 화재 발생 시 진압과 구조가 모두 어려운 설비다. 이번 사고에서도 불이 장시간 이어졌고 블레이드 추락으로 산불로까지 번졌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보급 중심에 머물러 왔다고 지적한다. 노후 설비 증가에 대응하는 안전관리 기준과 감독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안전관리 체계 간 간극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현재 제도를 보면 설계수명이 지나도 정기검사만 통과하면 계속 운전이 가능하다”면서 “설계수명은 단순 권고가 아니라 구조 피로, 전기계통 열화 등을 고려한 기술 기준인데 수명 이후 운전을 사업자 판단에 맡겨두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발전량뿐 아니라 안전 기준까지 포함해야 지속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장 작업자 3명이 숨진 경북 영덕 풍력발전기 화재와 관련해 경찰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염두에 두고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25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중대재해수사팀은 앞서 무산된 참고인 조사와 관련해 업체 대표 등 관계자 출석 일정을 재조율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안전수칙 준수 여부와 안전관리 실태 전반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으며, 관리·감독 과정에서의 과실 여부까지 포함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숨진 작업자들에 대한 부검은 이날 오전 8시 30분쯤 경북 칠곡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됐다. 경찰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화재와 사망 간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형사처벌 대상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현장 감식은 사고가 발생한 풍력발전기 철거가 완료된 이후 진행될 예정이다. 철거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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