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신용시장 균열…은행, 경계와 탐욕 사이
소프트웨어 편중이 부른 균열
환매제한 도미노, 불안 확산
대형 은행들이 사모신용 시장의 흔들림을 새로운 위험이자 기회로 보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종에 집중된 사모신용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들은 대출을 줄이는 한편, 경쟁자인 사모신용 회사들의 약세를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현지시간) 전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오래전부터 사모신용 시장을 경계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최근 그 우려는 ‘사스포칼립스(SaaS 업계 위기)’로 불리는 소프트웨어 업황 악화와 맞물려 현실이 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 성장세가 꺾인 데다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한 대형 사모신용 회사들을 둘러싼 디폴트와 환매 제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사모신용 펀드에서 자금을 빼기 시작했고 일부 운용사는 실제로 환매 제한에 나섰다. 24일엔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에 이어 아레스매니지먼트도 대규모 인출 요청에 따른 환매 제한에 나서면서 시장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 강화 속에 사모신용 시장은 중소기업 대출을 대체하며 2조100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했다. 다만 은행들도 이 시장과 완전히 선을 긋지 못한 채 사모신용 펀드에 자금을 대고, 자체 사업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JP모건만 해도 고객 대상 사모대출에 500억달러를 투입했다.
유동성과 신용이 동시에 취약해지면서 환매 제한, 자산가치 하락, 부실 확대 조짐이 잇따르자, 이들 사모대출 기업에 자금을 댄 은행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한때 일부 고객을 위해 사모신용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종목에 대한 약세 전략을 제시했다가 곧바로 철회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사모자본 회사들이 여전히 중요한 고객이기 때문이다. 웰스파고 측은 이런 혼란이 오히려 은행들에게 경쟁자를 상대로 공세에 나설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봤다.
시장 충격은 주가에 먼저 반영됐다. 블루아울, 아레스, 블랙스톤 등 대체자산운용사 주가는 올해 들어 30% 안팎 하락했고, 소프트웨어주와 은행주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AI가 소프트웨어 업종 일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사모신용 대출의 소프트웨어 편중은 30%로 은행이 직접 취급한 대출의 10%보다 훨씬 높다.
결국 관건은 자산 건전성보다 시장을 떠받쳐 온 신뢰다. 은행들은 사모신용 시장의 균열을 경계하면서도 경쟁자의 빈틈을 파고들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현실이 된다는 점에서 지금의 불안은 시장의 중대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