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서울 아파트값 내림세 지속되나
서울 아파트값 하락 지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서울 아파트값이 계속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기는 하나 2년 가까이 단 한번도 떨어지지 않던 강남 3구와 용산구가 지난달 내림세로 반전되더니 이달 들어 둘째주에 강동구, 셋째주에 한강벨트 핵심 지역인 성동구와 동작구가 하락 대열에 합류하는 등 내림세가 확산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셋째주(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05% 올라 58주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오름폭이 7주째 둔화됐고 특히 서울에서 가격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조정국면에 진입하는 신호가 뚜렷해 졌다. 그러나 전세 매물 실종으로 실수요자 중심의 매수 움직임도 동시에 확대돼 외곽 지역에서는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기도 했다.
가격 높은 지역 중심으로 조정국면 진입 신호
서울 주요지역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그동안의 높은 가격상승으로 인한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 심리변화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는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려는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공시가격 급등과 정부의 보유세 강화 시사로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개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1주택 보유자들의 차익실현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강남 3구가 전년 대비 24.7%, 성동·양천·용산·동작·강동·광진·마포·영등포 등 주요 한강벨트 지역도 23.1%나 크게 올랐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부동산값이 잡힐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1주택자인 이재명 대통령이 보유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고, 다주택 공직자들의 부동산 정책 관련 업무 배제 등을 밀어붙이면서 정부의 부동산 강공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정부 정책을 불신한 선택이 결코 이익이 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이 정부의 성공이자 정상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세금 이벤트가 만들어낸 일시적 조정” 이라는 정반대 시각도 강력하다. 이들은 이란전쟁으로 인플레가 재등장, 무주택자 중과 유예조치가 끝나고 나면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 가격 하락이 멈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서울에 최악의 공급가뭄 현상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보유세 강화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시장을 이긴 사례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지역과는 달리 15억원 미만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외곽 지역에서는 전세 품귀 현상과 겹쳐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왕성하고 경기도도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곳이 많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들은 정부 대책의 부작용으로 아파트 전세 매물이 급격하게 줄면서 월세가 치솟고 있어 봄 이사철을 맞아 전·월세 시장 불안이 불가피한 데다 세 부담이 단기간에 급증할 경우 조세저항이 일어나 정치권을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서울은 ‘급매물 중심 거래 확대’ 국면에 진입한 모습이다. 토기거래 허가에 걸리는 시간 2~3주를 감안할 경우 4월 중순까지는 다주택자 중심의 매물 출회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하루 평균 824건씩 늘어나 21일 8만건을 둘파,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8만건 돌파는 약 9개월 만이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빠르게 쌓이는 모양새다.
부동산 불패 꺾으려면 ‘이번엔 다르다’는 확신 심어주어야
서울 요지의 집값 상승 기대감이 한풀 꺾인 건 확실하다. 그러나 전세물량의 품귀현상과 월세상승이 빚어지는 등 부작용이 문제다. 정부 대책이 매매에 집중돼 있어 집이 없는 서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
게다가 과거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버티면 결국 오른다’는 학습효과가 시장에 만연해 있는 것도 커다란 걸림돌이다. 부동산 불패에 대한 믿음을 꺾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번엔 다르다’라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지금은 정부의 정책 의지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언제든 상황이 뒤바뀔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버티는 집주인들의 세금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질 좋은 주택이 충분히 공급될 것이라는 믿음이 만들어져야 한다. 따라서 서울과 3기 신도시 등 정부가 이미 발표한 공공 물량을 적기에 차질없이 공급, 실수요자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박현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