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먹구름 짙은데…벌써 당권 경쟁에 쏠리는 국힘
선거 뒤 전대 유력 … 총선 공천권 쥔 새 대표, 경쟁 치열
이 대통령, 대표 당선→총선 공천→대선 승리 선례 선봬
강성보수 장동혁·이진숙, 혁신 오세훈·한동훈 물망 올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4일 TV조선 ‘뉴스9’에 출연해 ‘지방선거 승리보다 당권 수성에 관심이 더 많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저는 지금 모든 당력과 힘을 6월 3일로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서는 지방선거보다 선거 이후의 당권 행방에 관심이 더 뜨거운 모습이다. 선거 이후 당권을 잡는 사람이 보수 재건→2028년 총선→2029년 대선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6일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지방선거 비관론이 높다. 이재명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크게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속출하는 탓이다. 심지어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시장마저 “위태롭다”는 전망이 나와 당 안팎의 비관론을 키우고 있다.
연장선상에서 지방선거 이후 장 대표가 전당대회를 선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 대표는 25일 KBS ‘사사건건’에 나와 ‘서울과 부산을 못 지키면 당 대표로서 책임 질 건가’라는 질문에 “제게 어떤 정치적 책임이 온다면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 일각에서는 만약 선거에서 이긴다고해도, 장 대표가 전당대회를 결단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8월 대표에 당선된 장 대표의 임기는 2027년 8월까지다. 2028년 4월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장 대표가 불가피하게 당권 재도전이란 승부수를 던질 것이란 분석이다.
당내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선출되는 대표에게 총선 공천권이 주어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새 대표는 총선 공천권을 통해 친위세력을 구축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당내 탄탄한 친위세력을 구축한 대표는 총선 이듬해 대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선례를 남겼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패배→2022년 민주당 대표 당선→2024년 총선 승리→2024년 대표 재선→2025년 대선 승리의 길을 걸었다. 당 대표로서 공천권을 행사해 친명세력을 탄탄하게 구축한 뒤 대선까지 내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국민의힘 예비 당권주자들이 주시하는 시나리오다. 국민의힘 인사는 25일 “장 대표가 됐던 누가 됐던 차기를 노리는 정치인이라면 지방선거 뒤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는 게 급선무다. 당권을 잡아야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고, 당내 친위세력을 구축할 수 있다. 친위세력이 탄탄하면 대권 도전의 지름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새 대표로는 장 대표가 우선 꼽힌다.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 장 대표는 당 안팎의 반복된 ‘절윤(윤석열과의 절연)’ 요구를 거부하다가, 지난 9일에서야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채택된 ‘절윤 선언문’에 함께 했다. 장 대표가 ‘절윤’을 애써 피한 건 60~70%에 달하는 강성보수 성향 당원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전당대회에서 강성보수 성향 당원의 몰표를 받으면 당선이 유력하다.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강성보수 진영에서 다크호스로 부각될 수 있다. 장 대표에 대한 강성보수 진영의 신뢰가 흔들릴 경우 이 전 방통위원장은 장 대표의 대체제로 떠오를 수 있는 것이다.
서울시장 경선을 뛰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유력 당권주자로 꼽힌다. 절윤과 혁신 선대위 등을 놓고 장 대표와 충돌했던 오 시장은 서울시장 5선에 도전했지만 만의 하나 여의치 않을 경우 당권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있다. 오 시장은 장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혁신세력’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안철수·나경원 의원의 도전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표적 중도정치인으로 꼽히는 안 의원은 올 들어 친한계를 겨냥해 날선 발언을 내놓으면서 보수층으로 지지기반을 넓히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보수 전사’ 나 의원은 대여투쟁에 여전히 앞장서면서, 강성보수 당원들의 선택이 기대된다.
당에서 쫓겨난 한동훈 전 대표는 복당과 원내 진입이 선결과제지만, 두 가지 숙제가 해결된다면 당권 도전이 유력하다. 한 전 대표에겐 자신의 복당을 반대하는 강성보수 당원들을 설득해야하는 ‘가장 어려운 숙제’가 남겨져 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