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대출로 부동산 취득…편법에 칼 빼든 정부

2026-03-27 13:00:01 게재

국세청, 자금출처 끝까지 추적

금감원, 5년간 신규대출 제한

사업 운영에 쓰여야 할 ‘사업자 대출’을 끌어다 아파트를 사는 등 편법으로 주택을 취득한 이들에 대해 정부당국이 전방위적인 검증에 착수한다. 국세청은 자금 출처를 끝까지 추적해 탈세 여부를 엄단하고, 금융감독원은 적발 시 해당 차주의 신규 대출을 5년간 제한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27일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사업자 대출을 주택 취득 자금으로 유용해 대출 규제를 회피하고 자산 출처를 은폐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대출 이자를 사업 경비로 허위 계상해 소득세를 줄이는 등 탈세 수단으로 악용하는 변칙적인 행태가 드러났다.

실제로 한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는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취득하면서 수십억 원의 사업자 대출금과 신고 누락된 탈루 자금을 동원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 사업자는 수년간 수억원에 달하는 대출 이자를 사업 경비로 처리해 세금을 탈루한 사실도 확인됐다.

국세청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수집한 자금조달계획서와 대출 자료를 정밀 분석해 의심 사례를 선별할 계획이다. 이번 검증은 2025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기한이 지나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실시된다.

조사 대상은 단순 주택 취득자뿐만 아니라 관련 사업체까지 확대된다.

국세청은 자금 흐름 추적을 통해 사업자 대출이 주택 취득에 쓰였는지, 부모 등으로부터 편법 증여를 받은 사실은 없는지 면밀히 살필 방침이다. 또한 대출 이자 경비 처리뿐만 아니라 매출 누락 등 사업체 전반의 탈세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며, 조세포탈 등 범죄 행위가 확인되면 수사기관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다만 국세청은 강도 높은 검증에 앞서 자진 시정의 기회를 부여했다. 검증 착수 전 용도 외 유용한 대출금을 상환하고 탈루 사항을 수정신고하는 경우 검증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히 수정 신고 시점에 따라 신고불성실 가산세를 최소 10%에서 최대 9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법정신고기한 후 1개월 이내 수정신고 시 90% 감면, 1개월 초과 3개월 이내 시 75% 감면, 2년 이내 신고 시에도 10% 감면 혜택 등이 주어진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전수 검증은 공정과세 원칙을 훼손하는 부동산 탈세 행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라며 “스스로 바로잡지 않을 경우 강도 높은 세무조사와 수사기관 고발 등 엄정한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보조를 맞춰 현장 점검 수위를 높이고 있다. 27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6.27 대책 이후 개인사업자 대출의 용도 외 유용 여부를 점검한 결과, 2만여 건 중 127건(588억원)의 유용 사례가 적발됐으며 이 중 91건은 이미 대출금이 강제 회수됐다. 적발된 차주는 신용정보원에 ‘금융질서문란자’로 등재돼 최대 5년간 모든 금융사의 신규 대출이 제한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유용 가능성이 높은 강남 3구와 제2금융권에 대해 더 철저한 점검과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며 “대출에 관여한 금융사 임직원과 대출 모집인 역시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히 제재하고 필요시 수사기관에 통보하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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